2023, 겨울
올해 돈 되는 건 모두 떨어졌다. 숱하게 지원했던 아르바이트 면접들조차. 데면데면하던 친구는 아예 작별을 고했고, 노력했던 공모전의 성과도 좋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무디지만은 않은 고통이다.
마냥 어리다고 하기엔 몇 년째 졸업에 실패했고, 노련하다기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애매한 고개에 서 있는 나를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다. 그래도 딱 예상한 것만큼 아파서 다행이다. 갈 길이 멀어서 다행이다.
야구에서 타자는 '못하는 나'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한다.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라도 쳐 보려면, 수십, 수백 번의 공을 보내야 한다. 왜 더 기민하지 못했을까, 성실하지 못했을까 나를 자책하며 시간은 가고 경험은 쌓일 것이다. 쉽게 가려는 생각을 말자. 연습이 완벽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나는 가장 나다운 나를 향해 간다.
힘들다고 우는소리만 하는 청년이 되고 싶진 않으니, 오늘의 실패도 털고 일어날 것이다. 꽤 오랫동안 나는 실패에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올해는 가장 많은 실패를 겪은 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여러 사람들을 찾아가 의견을 묻고, 내 능력을 알아볼 시험장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한 번 도전하고 욕심에 좌절하는 사람이 아니다. 몇 번이고 넘어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다짐을 이곳에 쓴다.
아직 부족해서, 아직 애매해서 기쁘다. 배우고 익히는 길은 즐거우리라.
낙선을 기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