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0편 기록의 공백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0편 기록의 공백


기록은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름이 있고 날짜가 있고 관계가 이어져 있다.

그 안에는 삶이 빠짐없이 담겨 있는 듯하다.


남전도 그렇게 믿었다.

적혀 있는 것을 따라가면 삶의 흐름을 모두 알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멈추었다.


출생과 혼인은 이어져 있는데

그 사이 몇 해가 비어 있었다.


기록은 이어져 있는데

삶은 끊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빠진 것이 없다고 믿었던 기록 속에

분명한 공백이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은 모든 것을 담지 않는다.

남는 것만 적히고

사라진 것은 남지 않는다.


제적등본 한 장에는

신고된 사실만 남고

신고되지 않은 시간은 남지 않는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적혀 있는 것만 따라가는 순간

비어 있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읽히고

그 사이의 삶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이것이 열 번째 위험이다.


기록의 공백.


비어 있는 자리를 보아야 한다.

적혀 있지 않은 것을 함께 읽어야 한다.


언제 빠졌는가

왜 남지 않았는가


그 두 가지를 물어야

비로소 흐름이 이어진다.


남전은 그날 이후

기록의 빈자리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


적힌 것을 따라가기보다

빠진 것을 찾는다.


끊어진 자리를 붙잡고

그 사이를 되짚는다.


그렇게 하나씩 채워 가자

보이지 않던 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록은 그대로였지만

삶은 다시 이어졌다.


이 연작은 그 복원의 과정이다.


기록은 남아 있어도

그 사이의 시간은 비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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