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편 신고의 지연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1편 신고의 지연
기록은 즉시 남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일이 일어나면 곧바로 적히고, 그 순간이 그대로 기록되는 듯하다.
남전도 그렇게 믿었다.
적힌 날짜는 곧 그 일이 일어난 날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멈추었다.
일어난 때와 적힌 때가 달랐다.
1962년 10월 14일, 호주상속.
1968년 08월 31일, 호주상속신고.
여섯 해의 간격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삶은 이미 지나갔는데
기록은 한참 뒤에야 따라오고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은 사건의 시간이 아니라
신고의 시간을 남긴다는 것을.
제적등본 한 장에는
실제의 발생 시점과
행정에 남겨진 시점이 함께 존재한다.
그 둘은 다르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적힌 날짜를 그대로 믿는 순간
이미 지나간 일이 그날의 일로 읽히고
시간의 흐름은 그 자리에서 어긋난다.
이것이 열한 번째 위험이다.
신고의 지연.
언제 일어났는가와
언제 기록되었는가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사건과 신고
그 두 시점을 구분해야
비로소 시간의 줄이 바로 선다.
남전은 그날 이후
날짜를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적힌 날을 먼저 보지 않고
그 일이 실제로 있었던 때를 찾는다.
기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시간을 되짚는다.
그렇게 하나씩 맞추어 가자
어긋났던 흐름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기록은 그대로였지만
시간은 다시 바로 섰다.
이 연작은 그 복원의 과정이다.
날짜는 적혀 있어도
시간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