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편 기록의 중첩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2편 기록의 중첩
기록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사람의 삶이 한 줄로 이어지고, 앞과 뒤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듯하다.
남전도 그렇게 읽었다.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뒤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기록은 하나의 줄로 이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멈추었다.
서로 다른 삶이 한 줄 안에 겹쳐 있었다.
앞부분은 한 시기의 기록이고
뒷부분은 전혀 다른 시기의 기록이었다.
한 줄로 이어져 있었지만
시간은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하나로 보이던 기록이
사실은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겹쳐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제적등본 한 장에는
추기, 정정, 추가 기록이 같은 자리 위에 덧붙는다.
앞의 기록 위에
뒤의 기록이 올라앉는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한 줄로 읽는 순간
서로 다른 시점의 삶이 하나로 이어지고
시간의 층위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이것이 열두 번째 위험이다.
기록의 중첩.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겹쳐 있는 층을 구분해야 한다.
언제의 기록인가
어느 시점에서 덧붙여졌는가
그 두 가지를 따져야
비로소 시간의 결이 드러난다.
남전은 그날 이후
기록을 층으로 나누어 읽기 시작했다.
줄을 따라가지 않고
겹을 나누어 본다.
앞과 뒤를 끊어 보고
시점을 다시 맞춘다.
그렇게 하나씩 풀어 가자
겹쳐 있던 시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기록은 그대로였지만
시간의 층이 드러났다.
이 연작은 그 해체의 과정이다.
한 줄로 보이는 기록도
여러 시간의 겹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