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3편 순서의 착시

삶과 기록 속에서 만난 ‘위험’ 이야기 — 제13편 순서의 착시


기록은 순서대로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 있는 것이 먼저이고, 뒤에 있는 것이 나중이라 여겨진다.


남전도 그렇게 읽었다.

위에 적힌 것이 앞선 일이고, 아래에 적힌 것이 뒤의 일이라 믿었다. 기록은 순서대로 배열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멈추었다.


뒤에 적힌 일이 앞의 일이었다.


아래에 놓인 기록이

오히려 먼저 일어난 일이었고,

위에 적힌 내용은 그보다 나중의 기록이었다.


한 장 안에 있었지만

순서는 거꾸로 놓여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위와 아래가 아니라

시간이 기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기록의 배열은 순서를 보장하지 않는다.


제적등본 한 장에는

추기와 정정이 뒤늦게 끼어들고

이미 적힌 내용 위나 아래에 덧붙는다.


그래서 순서는 쉽게 뒤바뀐다.


그래서 생기는 위험이 있다.


배열된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순간

뒤의 일이 앞선 일로 읽히고

시간의 흐름은 그 자리에서 뒤틀린다.


이것이 열세 번째 위험이다.


순서의 착시.


위치를 보지 말고

시간을 보아야 한다.


어디에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언제의 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 질문 하나가

거꾸로 놓인 흐름을 바로 세운다.


남전은 그날 이후

순서를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시간을 따라 되짚는다.


앞뒤를 끊어 보고

시점을 다시 맞춘다.


그렇게 하나씩 바로잡자

뒤틀렸던 흐름이 제자리를 찾았다.


기록은 그대로였지만

순서는 다시 바로 섰다.


이 연작은 그 교정의 과정이다.


앞에 있다고 먼저가 아니고

뒤에 있다고 나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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