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값으로 매기는 순간 — 「방물장수」가 묻는 것

사람을 값으로 매기는 순간 — 「방물장수」가 묻는 것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방물장수」는 겉으로 보면 음담에 가까운 풍속담처럼 읽힌다. 처서를 지나 방물장수 홍 서방이 길을 나서고, 이 집 저 집을 드나들며 물건을 팔고 외상을 거두는 사이, 여자들과의 은밀한 관계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은 단순한 호색담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임이 드러난다.


홍 서방은 물건을 파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다루는 사람이다. 그는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외상을 깔아 관계를 묶어 두고, 때가 되면 치부책을 펼쳐 하나씩 거두어들인다. 그의 장사는 물건이 아니라 관계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때 관계는 기억이나 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직 계산으로 유지된다.


그의 치부책이 그것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방물 거래뿐 아니라 여자들과의 관계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이 장부는 단순한 장사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관리하는 도구다. 홍 서방에게 사람은 만나는 대상이 아니라 계산하는 대상이다.


이 이야기가 날카롭게 드러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방물 값이 종류마다 다르듯이 여자 값도 다른 법이오.”


이 한마디로 세계가 뒤집힌다. 사람은 더 이상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물건처럼 분류되고, 관계는 가격으로 환산되며, 마음은 계산으로 대체된다. 이때부터 인간은 타인을 만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을 다루는 존재로 변한다.


홍 서방의 기준은 더욱 노골적이다. 유부녀가 가장 값이 높고, 그다음이 처녀, 과부는 오히려 값이 떨어진다. 이 기준은 단순한 욕망의 문제가 아니다. 금기와 위험이 클수록 더 큰 자극이 된다는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 그는 도덕을 따르지 않는다. 도덕을 이용한다. 금지된 것일수록 더 높은 값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이 이야기는 더 깊어진다. 홍 서방은 타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 관계를 쌓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소비하고 있으며,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많은 만남이 있지만, 정작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이야기는 결국 한 가지를 묻는다.


사람을 값으로 매기기 시작하면 무엇이 남는가.


겉으로는 장사가 남고, 관계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이미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다. 마음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계산만 남고, 계산은 다시 더 큰 계산을 부른다. 그렇게 사람은 점점 관계를 잃는다.


이 대목에서 「보은」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 세월을 돌아 삶을 일으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이용하는 마음이 관계를 무너뜨린다. 같은 사람 이야기이지만, 마음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


그래서 「방물장수」는 단순히 욕망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경계다.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순간, 그 사람 역시 결국 물건처럼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끝내 남는 것은 이것이다.

사람은 값으로 남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으로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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