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인간』

제2편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질문과 인간』—

제2편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인간이 묻는 존재라면 다음 물음은 자연스럽다.

그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질문은 지식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알지 못한다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만나고, 이해되지 않는 일을 겪고, 설명되지 않는 현실 앞에 선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질문이 생긴다.


왜 그런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 일의 뜻은 무엇인가.


질문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이 통찰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 427–347 BCE)이 남긴 기록 속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는 스승 소크라테스(Socrates, 470?–399 BCE)의 삶과 변론을 『Apology어폴러지: 변명』에 담았는데, 그 글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지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이렇게 밝힌다.


I know that I know nothing아이 노우 댓 아이 노우 너씽: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그는 신탁을 통해 ‘가장 지혜로운 자’로 불렸으나, 스스로를 돌아본 끝에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바로 그 자각이야말로 질문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질문은 또한 놀라움에서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E)는 『Metaphysics메타피직스: 형이상학』에서 인간이 왜 철학을 시작했는지를 설명하며, 사람은 놀라움에서 사유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For it is owing to their wonder that men both now begin and at first began to philosophize포 잇 이즈 오잉 투 데어 원더 댓 멘 보스 나우 비긴 앤드 앳 퍼스트 비갠 투 필로소파이즈: 인간이 철학을 시작한 것은 놀라움 때문이었다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 당연하던 세계는 물음으로 바뀐다.

그때 질문이 태어난다.


질문은 또한 고통에서 시작된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은 가장 깊이 묻는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고통의 뜻은 무엇인가.


독일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이러한 인간의 사유를 네 가지 질문으로 정리하였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강의록 『Logic로직: 논리학 강의록』에서 인간의 모든 철학적 물음을 다음과 같이 압축한다.


Was kann ich wissen바스 칸 이히 비센: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Was soll ich tun바스 졸 이히 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Was darf ich hoffen바스 다르프 이히 호펜: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Was ist der Mensch바스 이스트 데어 멘쉬: 인간이란 무엇인가


지식, 행위, 희망, 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한 물음.

이 네 질문은 인간 사유의 중심을 이룬다.


이처럼 질문은 결핍에서 시작되고, 놀라움에서 시작되며, 고통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질문은 인간의 내면에서 태어난다.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솟아난다.


오늘의 시대는 답을 빨리 준다.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고 인공지능 AI는 정리된 문장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질문의 시작점까지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무엇이 나를 놀라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가.


바로 그 자리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그래서 질문의 출발점은 머리만이 아니다.

질문은 삶에서 시작된다.


삶이 낯설어지는 자리,

마음이 흔들리는 자리,

양심이 깨어나는 자리에서 질문은 태어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질문을 통해 다시 자신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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