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나를 어떻게 행동하게 만들었는가.

나의 질문

by 이정현

나는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철학을 시작했다.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이처럼 작고 일상적인 물음이 나에게 철학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깨닫게 된다.

질문하는 나의 태도 자체가 철학이라는 것을.


질문은 나에게 침투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모든 판단과 감정, 말투와 행동의 바탕에는

‘질문’이라는 것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철학은 그렇게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어떤 사건을 겪을 때마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심하고, 멈추고, 묻고, 다시 생각했다.


처음엔 조금 피곤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에 나 혼자만 걸려 멈추곤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이 태도야말로 철학이 만들어낸 나의 무의식적 실천이라는 것을.


나는 의심하는 태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되었고,

그 질문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에 수십 번씩 아이디어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적고,

타인을 만났을 때 드는 의문은 곧 내 사유의 소재가 되었다.


예전의 나는 타인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타인을 통해 질문을 얻는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깔린 생각과 감정, 배경과 관점을 추측하고

거기서 나의 질문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철학은 나에게

대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만들 수 있는 눈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철학은 나의 말투를 바꿨고,

행동 방식을 달라지게 만들었고,

타인에게 반응하는 감정의 속도도 변화시켰다.

나는 더 이상 쉽게 말하지 않는다.

쉽게 믿지도 않는다.

대신 질문하고, 가만히 멈춰 바라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떠올린다.


이제 나는 철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철학이 스며든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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