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의 직장 생활 동안 가장 오랜 기간 했던 직무가 구매이다. 기획과 관리회계 같은 업무도 일부 해봤지만 구매 직무가 메인이었다.
구매 직무의 여러 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소개보다는 내가 느끼는 점들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1. 서울, 수도권 근무 가능
서울 태생인 나는 취준생 시절 서울이나 최소 수도권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대생이었던 터라 대기업 채용공고에는 울산, 포항, 거제, 광주, 광양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방 공업단지에서 근무하는 포지션이 많았다.
엔지니어나 연구직 외로 다른 직무로 눈을 돌려 봤다. 재무는 상경계만 지원이 가능했고 인사는 왠지 잘생겨야 뽑아 줄 것 같아서 배제했다.
영업과 구매는 굳이 공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어서 서울 본사나 수도권 오피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영업은 업무가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매로 지원했다.
2. 해외근무 기회가 많다.
바이어는 업무 특성 상 해외에서 근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해외 공급사 들도 많고, 파견 기회도 많다.
인원 수 대비 주재원이 될 수 있는 확률도 높다.
따라서 영어 등 어학능력을 미리 갖춰 놓는다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작가 역시 체코에서 일해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개인 사정으로 기회를 거절했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해외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꼭 해보고자 한다.
3. 오래 일할 수 있다
개발자나 연구직 또는 엔지니어의 경우 급변하는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 기술 공부 등 커리어 내내 쉼없이 배워야 한다. 실무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조직 구조를 보면 관리자 몇명 정도를 제외하면 젊은 사람이 대다수이다. 좋은 점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 학습력이나 체력 등이 젊은이들보다 떨어져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구매는 구매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도 쇼티지 등 협력사 관련 이슈 발생 시 해결했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더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현재 파트원 9명 중 50대가 6명, 30대가 3명이다.
4. 이직이 수월하다
제조업 내에서는 이직이 수월하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엔지니어 처럼 특정 업계나 특정 분야에 매몰되지 않는다.
유작가도 철강업계, 자동차업계, 2차전지, 반도체 등 다양한 업종을 경험했는데 그 키는 '구매'라는 업무의 경험 때문이다.
어떤 회사에서도 꼭 필요한 조직이 구매 조직이기 때문이다.
4. 회사 생리와 SCM에 대한 뷰를 키워 준다
구매 담당자는 Supply Chain 의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업체선정, 가격결정, 발주, 조달 등 공급망 관리 전반에서 활약해야 하며 협력사 제품의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품질 부서와 함께 적극적으로 개입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협력사 관련 중요 이슈의 총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크고 작은 규모의 협력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게 되면, 해당 협력사의 사장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압박감과 관리 포인트 등을 간접 경험해 볼 수도 있다.
5. 고객이다
흔히 구매를 갑, 영업을 을이라고 하는데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로 이런 인식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갑질을 하면 당연히 안 되지만 갑질을 당하는 것도 싫다.
내가 갑질을 하지 않으면 갑질을 당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