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교실
우리 반은 늘 팽팽한 긴장과 흥미로운 역학 구도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눈치 빠르고 주목받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P양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남학생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방과 후에 구실을 만들어 친해지는 데 능숙한 '관계 능력자'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에게는 편지로 "미안하다", "넌 ~~이런 걸 잘하는 것 같으니 힘내라"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능숙한 '어장 관리'까지 해낸다.
귀여운 외모와 자기 관리 능력, 적당한 애교는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하는 P양이지만, 그녀에게 단 하나의 약점이 있다면 바로 공부다. 미술, 체육은 꽤 잘하지만 아무래도 수학이나 어려운 토의·토론 학습 등에는 애를 먹는다. 이런 자신의 약점을 들키기 싫어 속임수를 쓰다가 나에게 걸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P양의 옆에는 늘 그녀를 질투하는 덩치 큰 K양이 있었다. K양은 요즘 (딱히 이런 일에 관심이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잘 놀고 수학을 미친 듯이 잘 풀며, 남학생들과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키 큰 H양을 부러워하는 중이다. 그 외의 아이들은 순둥순둥하고 솔직한 편이라 P양에게 휘둘리거나 K양, H양과 어울리며 나름의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구조였다.
그런데, 어제! 이 모든 미묘한 균형을 깨뜨리는 전학생 Y양이 등장했다.
예쁘고, 날씬하고, 키 크고, 심지어 공부까지 잘하는 Y양의 등장이었다. 등교와 동시에 교실은 미세하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눈빛에는 순수한 호기심과 함께,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학생 Y양은 오자마자 수학 단원평가를 치러야 했는데, 대번에 100점을 받아버렸다. 이 사실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교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P양이 애써 숨기려 했던 '공부'라는 약점을 완벽하게 채운, 그야말로 '도파민 싹 도는' 경쟁자의 등장이었다. 게다가 Y양은 그전에 온 전학생들과는 다르게 무리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차분한 표정과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P양의 시선은 종일 Y양에게 머물렀다. 그녀의 예쁜 외모와 당당함, 그리고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학 실력까지. P양의 '귀여운 관심 끌기' 전략은 Y양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서는 잠시 무력해지는 듯 보였다. P양은 애써 Y양과 친해지며 같이 다니는 전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했고, 덩치 큰 K양의 눈빛은 더욱 복잡했다. 자신이 부러워하던 H양의 '공부 실력'과 P양의 '외적 매력'을 모두 갖춘 존재가 등장했으니, 질투와 동시에 경외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한편 H양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Y양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중이었다.
교실의 구도는 순식간에 재편성되었다. 아이들은 Y양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P양은 자신의 '권력'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여기에 남학생 두 명이 극적인 변수로 등장한다. 바로 반 회장 L군과 J군이다.
L군은 웃는 표정 뒤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과 목표, 그리고 자신과 결이 같은 아이들에게만 열리는 울타리가 존재하는(무서운 놈) 우등생이자 노력파이다. 푸근한 미소로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좋으며, 축구도 잘하고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 상까지 거머쥔 실력자다.
J군은 세상 잘생긴 외모에 운동을 잘하고 수학까지 잘하는 능력남이지만, 뼛속까지 테토남인 관계로 승부욕이 강하고 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자신이 찍은 여자에게는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원래 그가 좋아하던 모범생 여학생이 있었는데, P양이 J군을 향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 J군의 관심은 P양에게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얼마 전, P양이 나에게 J군은 너무 공격적이라며 L군이 좋다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 반 모든 여학생이 L군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 드라마의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오늘 뽑은 마니또(비밀친구)에서 J군이 전학 온 Y양을 뽑은 것이다! 설레는 표정을 애써 숨기는 J군의 모습을 보고, 나는 이 반에서 선생님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흥미진진한 교실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교사인 나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만큼이나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순수하고 솔직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