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쪽지가 전한 위안
학교 상담실(위클래스)에서 쪽지 전하기 행사를 했다. 쪽지를 쓴 아이와 받은 아이 모두 간식을 받는 형태라 점심시간엔 상담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친구 이름을 적은 쪽지를 손에 꼭 쥔 아이들이 줄을 섰고, 그 설렘의 물결 속에서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서 전해보자'며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이틀 후, 나에게 쪽지 두 장이 배달되었다. 한 명은 우리 반에서 매일 혼나는 학생 C였고, 한 명은 2주 전에 전학 온 여학생 W였다. 이 두 장의 쪽지는 그 어떤 스승의 날 선물보다, 혹은 그 어떤 결과보다 더 깊은 감동과 위로를 나에게 안겨주었다.
C학생은 귀엽게 생겼다. 어른들이 보면 미소 짓게 되는 빵빵한 두 볼과 동글동글한 체형, 그리고 우렁찬 인사까지. 급식 당번이나 청소는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그런데 그 아이는 머릿속에 뭐가 많다. 수업시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과 상상에 정신을 못 차리며 수업 내내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가 많이 커서 주변 여학생들이 귀를 막곤 했다.
나는 매번 '그만.', '지금 그 이야기는 수업 내용과 안 어울려.' 하는 말로 C학생의 발언을 중단시키곤 했다. 친구들이 툭툭 장난으로 던지는 말을 오해해 눈물을 글썽이거나, 여론 몰이에 희생이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냅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곤 했다. 귀여운 것과 단체 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는 별개의 문제였으므로, 나는 자주 아이를 붙잡고 설명하거나, 혼내곤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선생님 제가 수업시간 때 너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선생님보다 착하게 해 주시고 재밌는 예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0 이가."
그 아이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읽는 순간, 밀려오는 미안함과 고마움이란. 나는 집으로 가는 아이를 붙잡고 너무 감동이었다고, 난 네가 참 좋다고 몇 번을 말해주었다. 이해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청력이 혹시 약한 것은 아닐까 걱정만 가득했던 나에게, C는 선생님의 재밌는 이야기와 자신을 향한 애정만을 고마워했다.
W학생은 활발하고 직설적인 여학생이다. 2주 전 전학을 왔는데 적응을 잘하고 싶어서였을까, 조용한 남학생들에게 대뜸 욕을 하고 큰 소리로 아이들을 비난했다. 깜짝 놀란 아이들은 '너 좀 이상하다.'라고 했고, W는 나에게 와서 되려 '00이랑 00 이가 저보고 이상하대요.'라고 일러바쳤다. 나는 그럴 리가 없는데 싶어서 (워낙 조용한 남학생들이었다.) '혹시 네가 다른 말을 한 건 아니니?'라고 되물었고 그 아이는 멈칫하더니 잠시 후에 그런 것 같다며 자리로 돌아갔다. 남학생들은 후에 나에게 다시 W에게 나쁜 이야기를 들었다며 항의했고, 나는 조용히 아이를 불러 물었다.
"전학 와서 평소보다 더 세게 말한 거니? 선생님도 경험이 있어. 세게 보이고 싶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니?"
그러자 W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이후에 빠르게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아이의 눈물 속에서 어린 시절의 나를 보았다. 그 일이 지난 며칠 후, 그 W에게서 편지가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00이에요. 지금 전학 와서 2주 반 정도가 지났는데, 잘 적응할 수 있게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친절하고 재밌는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나는 완벽하지 못한 교사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내 안의 결핍을 아이들에게 투영한다. 그런데 C와 W는 그런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진심만을 포착해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들의 순수한 쪽지는, 통제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발버둥 치는 나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고마워. 너흰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아이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