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단 한번도 민폐인적 없었어

천사 같은 아이의 진심

by 물결

훤칠한 남학생이 있었다. 잘생기고 영리했다. 무엇보다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욱하는 마음에 제 뺨을 때린 친구를 오히려 감싸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친해지려 노력하던 아이. 생일에는 그 친구를 집에 초대하기까지 했다. 1학년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남학생에게도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결국 그 친구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독후감을 쓸 때면 기본으로 두 장씩 채워왔다. 반듯한 글씨체만큼이나 마음씨도 착했다. 눈매만 봐도 '나 착해요'라고 써 있는 듯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조금 약해 학교생활 내내 많은 주의가 필요했다. 특히 체육 시간에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이튿날부터 이틀 정도는 꼬박 결석을 해야만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이는 눈치를 많이 봤다. '이런 것까지 해도 되는지', '혼나지는 않을까', 혹은 '내가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매사 조심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나와 1년을 함께하며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나중에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라며 애정 표현도 자주 했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표현하다가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될 때는 가끔 꾸중을 듣기도 했는데, 사실 그 나이대 아이에겐 그게 더 정상적인 모습이라 대견했다.

가끔 어머니의 염려 섞인 연락이 올 때면 "괜찮다, 너무 잘 크고 있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어머니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모든 것이 다 괜찮게 흘러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독후감을 검사하다 한 문장에 시선이 멈췄다. 의료 기술의 발달을 다룬 과학 서적에 대한 감상문이었다. 책의 내용을 정성껏 옮겨 적으며 자신도 이런 멋진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아이는, 마지막 문장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나도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소란스러운 쉬는 시간이었지만, 그 문장을 마주한 순간 내 마음은 그대로 먹먹해졌다.


'왜 천사 같은 아이들은 아픈 걸까?'


그날 이후 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주문을 걸 듯 말했다.

"넌 정말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났어.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잘생기기까지 했잖아. 친구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처음엔 아니라며 고개를 젓던 아이도, 내가 세뇌하듯 반복하자 나중엔 씩 웃어 보이곤 했다.

종업식 날, 아이는 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크게 외쳤다.

"선생님, 지금까지 민폐 많이 끼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며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니야, 넌 단 한 번도 폐 끼친 적 없어. 넌 항상 우리 반의 빛이었어."

아이는 가만히 서 있더니 눈시울이 붉어진 채 집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엄마와 붙잡고 펑펑 울었다고. 나도 이번 이별은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너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천사 같은 내 제자야, 안녕.

우리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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