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린 상식의 권위를 찾아서
지난 글에서 교양이 '사유의 깊이'를 만드는 개인의 철학적 기반임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 생각을 세상과 연결하는 '상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흔히 상식을 '누구나 아는 뻔한 지식'으로 오해하지만, 상식(Common Sense)의 본래 의미는 공동체 안에서 사물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공통의 감각'이다.
오늘날 상식은 종종 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예의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관습이 되고, 한 세대의 상식이 다음 세대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기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상식의 유통기한은 짧아지고, 요즘 애들의 상식과 어른들의 상식은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 현실에서의 상식은 이처럼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변적인 모습을 띤다.
하지만 상식의 껍데기가 변한다고 해서 그 핵심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관통하고 시대의 벽을 넘어서는 불변의 상식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이자 인간 고유의 가치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 정직함에 대한 신뢰,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같은 가치들은 AI가 결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상식은 단순히 달라진 시대의 에티켓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기술적 변혁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인간 공동체의 철학적 기준을 가르쳐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에 스스로 고민하여 얻은 상식의 감각이 없으면, AI가 내놓는 답변에 자신의 가치관을 통째로 맡겨버리는 위험에 노출된다. 상식을 갖춘다는 것은 AI의 빠른 답변 앞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에 부합하는지 자신의 철학으로 검토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학부모와 교육자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곧바로 정답을 입력해 주는 대신, 스스로 주변과 상황을 살피고 공통의 감각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는 질문은 아이의 내면에 철학적 사고의 씨앗을 심고, 무뎌진 상식의 감각을 깨우는 대화가 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어 내리는 최종적 판단.
공동체 속에서 그 '상식의 권위'를 지켜내는 힘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오늘은 생각을
한 스푼 얹을까요?
아니면 한 스푼 덜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