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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리

“오래 기다리셨어요. 다 되었습니다. 여기 태극기 받아 가세요. 그리고 혼인신고하신 분들 저기서 사진 찍어드리고 있는데 필요하실까요? “


“네! 부탁드려요.”


혼인신고는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다. 필요한 서류들을 미리 전부 준비해 둔 덕 분이다. 국제결혼의 경우에는 필요한 추가 서류들이 꽤 많았고, 일본에서 발급받은 서류들을 번역해서 제출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우리는 결혼축하드립니다,라고 적혀있는 판넬 앞에서 간단하게 사진을 찍었다. B는 오늘따라 더 들떠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 이제 진짜로 부부가 되었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간단히 점심이라도 먹고 갈까?”


“응, 잘 부탁해, 오빠! 우리 그러면 전에 말했었던 쌀국숫집 가는 건 어때!”


“조금 줄 설 수도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 가게 오빠도 좋아하는 가게잖아! “


B는 내 손을 잡고 앞뒤로 붕붕 휘두르며 앞장섰다.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 이어서 그런지 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다이소에 들러서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조금 쉬었더니 금세 저녁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혼인신고를 기념하여 가족들이 모두 모여 외식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외식을 할 때 아버지는 항상 무엇을 먹고 싶은지 B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그래서 B, 오늘은 뭐 먹고 싶어?”

가족들이 다 같이 차에 올라타니 아버지가 물어보았다.


“오늘 삼겹살 어때요? 오랜만에 삼겹살 먹고 싶은데!”

내가 B보다 먼저 대답을 하니 아버지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너 말고 B가 먹고 싶은 거 물어봤잖아. 너는 나중에 알아서 해 먹어. 오늘은 B가 먹고 싶은 곳으로 갈 거야.”


“아버지, 오늘 삼겹살 괜찮은 것 같아요. 오빠도 먹고 싶다고 하구요!”


“아이고 A는 신경 쓰지 말고 네가 먹고 싶은 거 말하라니까… 알았어 그러면 삼겹살집 맛있는 곳으로 가자”


“네, 헤헤”


“아부지, 그거 차별이에요…”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가 B에게 음식은 입에 잘 맞는지, 어느 음식이 제일 맛있는지 계속 물어보신다. B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요즘에는 자기 의견을 잘 피력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 나름대로 B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것이 많이 느껴졌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에서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맛있는 식사까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B는 기뻐서 방에서 내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B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며 들떠서 그런 것일까, 물을 마실까 해서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에 B가 순간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무릎과 팔꿈치를 다쳐버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B를 잡아서 일으켜 세워주고 물어보았다.

“B! 괜찮아? 아프지? 피는 안나?”


B는 계단에서 내려와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파…”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조심했어야지… 아이구 이거 멍들겠네… 일단 약 가지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


상처에 약을 바르고 파스도 붙이니 B의 상태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B도 울음을 멈추고 나니 넘어져서 다친 게 창피한 듯 얼굴이 새빨개져있었다.


“진짜 들떠서 춤출 때부터 조금 불안하더라니… 진짜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오늘. 그렇지?


“…응 진짜 절대 못 잊을 것 같아… 히잉 무릎 아파…”


“어휴, 자 일루 와. 업어줄 테니까 침대로 가자.”


“오빠, 고마워.”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 1년 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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