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우리 부부는 남는 게 시간이었다. 서로 모은 돈의 여유도 있었고 아내는 한국을 만끽할 최고의 기회라고 매일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인스타로 보냈다.
우리는 자기 전 그 인스타를 보며 장소를 확인하고 얼마나 먼지, 근처에 맛있는 식당은 뭐가 있을지 알아보다가 잠드는 날이 많았다.
일주일 뒤 커다란 퀸 베드가 도착했다. 위에서 뛰어놀 수 있을 만큼 큰 침대였다. B는 침대에 어울리는 핑크색 침구를 미리 마련해 두었다. 우리 방이 조금씩 핑크색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지만 아내가 신나서 방을 꾸미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웃으면서 원하는 대로 하게 도와주었다.
“암막 커튼도 하나 사자! ”
“이것도 핑크색으로 할 거야 혹시?”
“응! 이미 주문했는데?”
“… 오케이 침대랑 색이 잘 어울리겠네.”
점점 우리 둘의 마음대로 방이 조금씩 바뀌었다.
방 구조도 조금씩 바꾸었고 방 어느 하나 B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내가 가끔 사준 꽃을 장식할 투명한 꽃병도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둘이서 찍은 네 컷 사진들을 장식해 둘 화이트보드와 자석, 그리고 사진을 걸어놓을 끈들도 사서 벽에다가 장식해 두었다.
아내는 정리하는 것과 청소하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 같이 외출하면 돌아올 때 반드시 다이소를 들렀다. 다이소에서 마음에 드는 사이즈의 예쁜 정리 박스를 사서 어지럽혀져 있는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서랍에 넣어두었다. 화장실에 널브러져 있는 청소도구도 벽에 붙이는 걸이를 사서 정리해 두었다.
명동, 남산타워, 홍대, 강남, 성수, 롯데월드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나 재밌어 보이는 곳이 있으면 우리는 즉흥적으로 찾아 놀러 갔다. 가서 괜찮은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주변을 산책하고 둘이서 손을 잡고 돌아왔다. 다이소에서 산 물건들이 들어있는 봉투와 함께.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드리고 싶거든. 우리 다 같이 찍은 사진으로 장식해서. 혹시 좋은 거 없을까?”
“음… 작은 캔버스에 편지를 쓰고 사진을 붙여서 선물로 드리는 것은 어때? “
“괜찮은 사이즈가 있을까? 한번 보러 가자!”
“좋아. 편지 쓰는 건 내가 도와줄게.”
“응, 너무 지내기 편하게 도와주시고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고마운 일 투성이야. 내가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두 분이랑 이야기할 때마다 너무 어색해서 죄송해.”
“응 그래도 나는 B가 부모님이랑 더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게 많이 도와줄게.”
“노력해 볼게, 헤헤”
우리 방뿐만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의 공간에도 B의 선물들이, 흔적들이 하나둘 쌓여갔다.
가족이 하나 늘어난다는 것, 그것은 내 세상이 두배로 넓어지는 것이었다.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광화문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찾아가서 일본에도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다.
아내의 고향으로 서류가 잘 도착할 수 있게 준비를 하여 대사관에 부탁하면 끝인 간단한 일이지만, 일본에 혼인신고 서류가 잘 도착하여, 입적이 되었는지 현지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서류가 현지에 잘 도착하여도 혼인신고가 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서둘러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대사관에 제출하고 B의 아버지에게 연락하여 한 달 후 즈음에 가족관계 증명서를 확인하여 B의 배우자로 내 이름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시간이 흘러 B의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고,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일본의 가족관계증명서가 집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약 한 달 반 정도 지난 후였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1년 7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