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사과정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가 가진 경제적 여유를 세어볼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올라온 순간부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있어,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우리 집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아서 더욱 혼자 모든 걸 해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이 키워낸 자격지심이 또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서울에 올라와보니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은 널렸고 포항에 있을 때에 유학은 부자들만 가는 줄 알았는데 너도나도 다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데, 그들은 이 기회의 땅에서 태어난 것부터가 스펙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발을 구르지 않으면 나는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조차 없는데, 그들은 이미 아주 큰 차를 몰고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부러움과 미운마음과 원망이 공존했다.
부러울 수 있다. 부러울 수 있는데 그들을 향한 미운마음이 드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냥 그들의 것인데, 나는 나의 것에 집중하고 잘 지키면 되는데 왜 남의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지.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크면 클수록 기회의 편차가 더 커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100을 굴러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그들에게는 거저 주어지는 기회였다.
결혼자금으로 모아뒀던 돈을 내가 대학원에 가는 돈으로 쓰는 게 맞나?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큰돈이었는데 이 돈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들었고, 며칠을 내내 생각했다.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벽에 기대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엉엉 울지는 않았다. 그럴 기력도 없었다.
그렇게 10분을 울었나, 눈물을 닦았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내자고 생각했다.
나는 내 발을 구르면 나아갈 수 있다.
충분히 스스로 구르는 힘을 믿고 있고, 해내보았고,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또 나아가보자고 말했다.
나의 환경과 나의 가난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가난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그것이 내가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고.
나의 것은 내가 성실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잘 정돈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바꿀 수 없는 한 가지로 바꿀 수 있는 백가지의 기회를 버리지 말자고 나와 약속했다.
난 정말 잘하고 싶다.
기회를 만들어가는 아주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
기회를 거저 받는 사람 말고, 만들어 나아가서 내 길의 문을 스스로 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의 문으로 가는 길 가운데, 백만 가지의 문을 열 수 있는 용기가 내게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