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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고 Nov 22. 2023

드럼 치는 소녀

적막을 깨는 조율음은 하나의 소리다.

하나의 소리는 태초의 말씀과 같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큰 별도 작은 별도 보인다.

북 채를 잡고 있는 작은 별 하나는 내 딸이다.

북 채는 아직 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마치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우주가 신의 독단적 계획 속에서 태어났다면,

우주의 중심은 지휘자였어야 한다.

큰 별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작은 별은 사소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다.

우주의 가운데 설 자유도 모두에게 주었다.


먹먹한 드럼소리가 울리면 

우주는 돌고 돌면서 다 같이 빛을 뿜는다.

아이의 진지한 눈, 꼭 붙잡은 채, 앙 다문 입.

그것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다.

촤르륵 드럼소리를 따라서

바이올린, 첼로, 트롬본, 오보에 모두가 춤을 춘다.

지휘봉도 춤을 춘다.


객석의 근심걱정은 여기로 가져오지 말자.

오늘 누구에게 상처받았던가는 이 우주의 얘기가 아니다.

오늘 얼마를 벌었던가는 이 우주의 사정이 아니다.

사실은 지금 느끼는 안정감이 세계의 진실일 수도 있다.

사실은 지금 충만한 믿음이 이 아이의 필연일 수도 있다.

모두가 스스로의 우주를 창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는 비워져도 

우주는 각자의 마음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 기억이 인간의 자유며 신의 사랑이다.

아, 나는 나의 우주를 얼마나 누리고 있었던가?

스스로 창조한 우주에서 이제라도 가운데 서 볼 수 있을까?

무대 위 작은 별이었던 소녀를 얼싸안고 


나도 별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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