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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Jul 11. 2024

일상

얼마만인가?


오랜만에 김치를 담갔다.

집 앞에 대형 하나로마트가 있지만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과 요즘 많이 나오기 시작한 블루베리와 햇복숭아가 가득한 고서 로컬에 다녀왔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오가며 보게 되는 풍경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곳에 가면 뭐든 담지 않으려 애를 쓴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를 비롯해서 살구, 자두, 블루베리, 산딸기등의 과일 많이 나오는 요즘은 자제력이 많이 필요하다. 남편이 동행하지 않은 장보기에서는 무게를 최소화하기에 다행히 꼭 필요한 재료만 담았다.

예전에는 김장김치가 물릴 때면 배추 두어 포기 절여서 딸이 좋아하는 새 김치 담그고, 여름이면 아들 좋아하는 열무김치, 오이소박이도 담고 했었다. 아이들 먹는 음식은 반찬이든 간식이든 내 손으로 직접 해주려 참 애썼었다. 그리고 감사하고 즐겁게 했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성장해서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남편도 주말부부라 주말을 제외하고는 나 혼자만의 식사를 챙기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었다. 

내가 자주 아프면서 자연스레 많은 일들에서 손을 놓고 최소한의 것들만 하게 되니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었다

그럼에도 먼 거리를 달려 애써 장을 보고 김치까지 새로 담그는 건 아들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입대를 한 아들이 더디고 더디던 무더위 속 5주간의 훈련병기간을 잘 마치고 내일 수료식과 함께 2박 3일의 휴가를 얻어 집으로 온다.

아마도 입대날부터 수료식을 기다린 듯하다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님들의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선배 부모님들의 경험담과 정보를 공유받으며

입대 전 준비물부터 훈련 5주간의 계획표, 수료식날 시원한 얼음을 가득 채운 텀블러 준비와 아들이 원하는 음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하면 좋다는 등 여러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며 수료식을 그려보았었다.

주말에 1시간씩 주어지는 통신보약(보약 같은 전화통화) 시간에 수료식 몇 주전부터 뭐가 제일 먹고 싶니?, 어딜 가고 싶니?, 뭐가 필요하니? 를 매주 물으면서 메모하고 참 열심히도 했다.

최근 군 관련 너무 마음 아프고, 또 화가 나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군에 가야만 하는 아직은 너무 앳된 아들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고 속상했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씩씩한 목소리로 매주 엄마를 안심시키며 5주간의 훈련을 잘 해낸 아들이 대견하고 감사하다.

훈련단에서 올려준 군복 입은 모습의 아들 사진을 처음 보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아파서 오후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아직 너무 앳된 아들들의 모습, 잔뜩 긴장해 경직된 자세를 보며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며 나는 이곳에서 어서 내 할 일을 하자!

이 아이들이 자신의 젊은 날을 청춘의 시간을 이토록 열심히 살아내고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겠다고 하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50 초반을 지나가고 있다.

100세 인생이라보면 절반을 살짝 넘어가고 있는데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전업주부 23년 차, 올해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나의 현재 상황이 눈에 확 보이면서 실감이 났다.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확 와닿는 시간이었다.

어떤 세상이 있을지 모르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아쉬워도 그 기회를 보내버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책망하며 후회를 곱씹기도 했던 시간들.....

요즘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내가 선택한 새로운 이 길에서는 더는 머뭇거리거나 망설이지 말고 가보자!

새로운 길에서 한 발짝 내딛고 씩씩하게 나아가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나도 또 도전이 된다.

또 다른 도전을 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인 사랑하는 딸이 귀가해서 새로 담근 김치를 맛보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준다.  내일 아들을 맞으러 가기 위해 퇴근 후 늦은 시간 광주로 달려온 남편도 역시 당신 김치가 최고야를 외쳐준다.

참 오랜만에 늦은 저녁시간이 갓담은 새김치로 훈훈하다.

어제부터 많이 피곤하고 지쳤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씻겨나간다.

아들을 위해 오랜만에 담근 김치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충만하게 한다.

맛있게 먹는 아들 모습,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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