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몹시도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 후라서 그런가 5월 같지 않은 제법 쌀쌀한 날씨다.
아직 땅은 촉촉이 젖어있고 5월의 거리를 한겨울 소복이 쌓인 하얀 눈처럼 화려하던 이팝나무의 꽃들이 비바람에 날려 거리도 세워둔 자동차도 온통 하얗게 뒤덮어버렸다.
어제는 세차게 쏟아지던 빗속을 뚫고 근처 초등학교에 서류를 떼러 잠시 들렀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교실창 너머로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리가 웅웅거린다.
잠시 멈춰 지나던 복도를 바라보니 예전과 사뭇 다른 장들이 보였다.
신발장인가? 사물함인가? 내가 기억하는 신발장은
가로가 길고 세로로 서너 칸 되는 나무 장이었는데 하며 한참 바라보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나왔다.
교정을 빠져나오면서 곳곳에 생긴 물 웅덩이를 보니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 떠오른다.
비가 쏟아지기 전 바람을 타고 흙냄새가 먼저 온다.
어디선가 먼저 내리기 시작한 비에 젖은 땅의 냄새다.
이내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흙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한두 방울이 머리에 떨어질 때 나도 모르게 놀라 어깨를 웅크리고 눈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를 향해 빗줄기가 마구 쏟아진다.
순식간에 머리카락과 얼굴, 옷을 적시고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기면 그곳을 첨벙거리다 신발마저 젖고 나면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며 이제 내리는 비를 온전히 맞으며 신나게 걸어간다.
집에 들어서며 곧 후회가 밀려온다.
젖은 신발부터 난감해진다.
그 순간 엄마는 걱정 가득한 잔소리와 함께 마른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닦아주시신다.
젖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들어서면 발을 닦아주시고
또 한가득 야단을 듣고서야 욕실로 들어간다.
씻고 나면 따듯함과 나른함이 몰려온다.
뜨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아늑하고 평온했다.
그 날이 그립다.
때때로 우산 없이 비 오는 거리를 나서고 싶다.
그리고 흠뻑 젖고 난 후 그 해방감을 느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