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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by 마음 한잔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고

그 사이로 햇살이 살짝살짝 내비치는 하늘을 가끔

올려다볼 수 있는 카페테라스, 간간히 인도를 지난 사람들,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차들의 소음,

그 가운데 흐르는 잔잔한 음악 이 모든 것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평일 오전 시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드는 한잔의 커피, 이 완전한 순간 정말 행복함이 밀려온다.

형언할 수 없는 충만함.

내가 누리는 가장 기분 좋은 사치인 것 같다.


대략 17년 전 즈음이었을까 커피가 너무 좋아서 배우기 시작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원두 로스팅도 배웠다.

살면서 그토록 설레는 맘으로 학원을 다니며 무엇인가를 배웠던 적이 있었을까?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서울대는 그냥도 들어갔을 것을......,

지금은 대부분 과정이 정확하게 기계로 되는 것 같은데 커피를 배우던 그때는 그라인더로

원두를 분쇄하고 정량을 맞춰 댐퍼로 꾹꾹 눌러 댐핑을 했었다.

머신에 포토필터를 맞춰 끼우고 버튼을 누르면

샷잔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무 설레었다.

그 색감과 향기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그저 행복했다.

여러 종류의 원두를 매번 로스팅해서 바로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그때 지금의 커피 취향이 생겼다.

벨벳 같은 우유거품을 만들기 위해 새끼손가락으로 온도를 체크하며 스팀을 수도 없이 했고,

하트가 만들어지던 순간 정말 완벽한 커피를 만들어 낼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행복하다.


카페 창업을 진심 고민하며 그 시기에 한참 생겨나던 로스터리 카페를 참 많이도 찾아다녔다.

그런 내가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과 가끔 창업 얘기를 나눴는데 '이 일이 정말 호수 위의 백조 같아요

보는것과는 너무 달라요 정말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다시 생각해 봐요더 고민해봐요.' 하셨었다.

물론 사장님 말씀 때문에 창업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이 일상 루틴처럼 찾는 카페와 커피를 보면 후회될 때가 좀 많이 있다.

아! 나의 감각을 믿고 소신을 굽히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창업이 성공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나는 꽃향, 과일향, 풀냄새, 산미가 좀 있는 커피들을 좋아한다.

예가체프, 하라, 게이샤 등 에티오피아 원두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코스타리카가 참 좋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요즘은 코스타리카를 많이 마시게 된다.

뜨겁게 마셔도 차갑게 마셔도 다 좋다.

또 가끔은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가 당길 때가 있다.

깔끔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샌드위치와 제일 잘 맞는 맛 같다.


요즘은 워낙 많은 종류의 커피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좋은 세상이다.

예전에는 신선한 싱글 원두를 드립 해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 소문듣고 검색하고 찾아다니며 마셨는데

요샌 동네에 최소 1~2군데는 있는 것 같아서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 성공확률이 계속 높아진다.


지치고 힘든 시간, 순간, 좋아하는 공간에서

흐르는 음악에 온몸의 힘을 빼고 앉았노라면

조금씩 기운이 생긴다.

힐링의 시간, 행복의 시간,


좋아하는 한잔의 커피가 소박한 나의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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