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지난 몇 년간 주말이면 늘 비슷한 코스로 드라이브를 했다.
토요일 오전 간단한 아침을 먹고 가까운 로컬 매장으로 향한다.
집에서 30여분 거리, 토요일 오전 순환도로는 매우 복잡하다 늘 차가 붐비는 예식장을 지나 도심을 향해 나아가는 또 도심을 빠져나가기 위해 지나가는 톨케이트를 지나 점점 한적해지는 도심 끝에서 만나는 자연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우릴 맞아 준다.
겨울을 보내며 묵직하고 든든했던 나무들은 어느 순간 보들보들한 초록잎들로 무성해지더니 이내 알록달록 수많은 꽃들을 피워내며 이 계절을 맘껏 뽐내며 우리를 매주 반긴다.
그 바람과 햇살이 세상을 가득 품은 듯 벅차게 만든다.
주말이 아닌 평일 오전 로컬을 들러 새로 나온 체리와 살구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과실들이다.
친환경자연식을 강조하는 퓨전 한정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사실 마음에 차지는 않는 식사였다
예전 들풀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나물찬들이 정갈한 한정식 집이었는데 메뉴가 모두 변해서 몹시 아쉬웠다. 기분 좋은 맛과 기억이 또 하나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식후 커피 한잔 하러 들른 카페는 산과 물이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한동안 물멍을 하고 있었다.
남편과 서로 많은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잠시 자연을 보며 복잡한 심경들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졌다.
드라이브 겸 산길을 달리고 내려오니 눈도 맘도 정화가 되는 듯했다.
내내 말이 없는 내가 조금은 불안한 듯 남편이 한두 번씩 무슨 생각을 하느냐 물었고, 그냥 바람이 너무 좋다고 했다.
오늘 일정 내내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이렇게 보냈는데 참 감사했구나 앞으로 이 시간들이 참 그립겠구나 그리고 한동안 마음이 얼마나 허전할까 계속 밀려드는 생각에 잠잠히 있었다.
이제 사흘후면 남편은 꽤 오랜 시간을 떠나 있게 된다.
수많은 생각과 준비과정들을 지나고
오늘은 어쩌면 한동안 없을 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내게는 특별한 오늘,
남편과 함께한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