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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Oct 18. 2023

효자는 피곤해

시어머니는 회가 좋다고 하셨어♬

입맛이 예민하신 시어머니는 복어회와 오징어회만 드신다.

특히 오징어회를 좋아하셔서 매년 당일치기로 주문진에 가서 회를 먹고 온다 - 회만 먹고 온다.

횟집 오징어회는 맛이 없다고 주문진 수산 시장에서 파는 오징어회만 드시는 어머니를, 왕복 7~8시간 걸리는 장시간 운전을 참고 견뎌내는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기야 우리 회 먹고 바다 구경도 하고 집에 가면 어때요? 바다 뷰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좋고요."

"늦게 출발하면 길이 많이 막혀서 회만 먹고 가야 될 것 같은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올해 7월에도 주문진에 갔다.

여름 제철 농어회와 오징어회를 맛있게 먹었다.

회를 먹고 바로 집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먼저 바다 구경을 가자고 했다.

주문진에서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이동을 했다.

어머니는 피곤하다고 차에서 쉰다고 하셨고 나와 남편은 해수욕장으로 걸어갔다.

장마철이라서 한적했다.

갑자기 남편이 바닷가로 뛰어가더니 슬리퍼를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첨벙! 첨벙!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를 보니 안쓰러웠다.


'효자 남편과 결혼하면 피곤하다고 들었는데 나보다 그가 더 피곤하겠지...'


내년 여름에는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숙소를 예약하고 물놀이하러 오자고 약속을 했다.

벌써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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