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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Oct 12. 2023

남편에게 들켰다

남편에게 일부러 숨긴 건 아닌데 결혼 5년 차에 들켰다.


“너 ○○○지?”





20대 후반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선배 언니와 동생, 나 이렇게 셋이 사적으로 친하게 지냈다.

셋이서 재미로 그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무한도전에서 비슷한 캐릭터로 서로 애칭을 지어주기로 했다.

언니는 유재석, 동생은 하하, 나는 노홍철.

15년이 지난 지금도 언니의 핸드폰에 '홍처뤼'로 저장되어 있다.




보통 결혼 준비할 때나 신혼 초에 많이 싸운다고 들었는데 우리 부부는 남편이 5년간 준비하던 시험을 합격하고 사무실 오픈 준비를 하면서 많이 싸웠다.


남편이 지저분한 사무실 바닥을 가리기 위해 매트를 가위로 대충대충 잘라서 바닥에  깔았다.

바닥과 벽 모서리 쪽에 맞닿는 곳이 삐뚤빼뚤했다.

남편은 그냥 두라고 했지만 눈과 마음이 불편해서 바닥 매트를 고무 매트 위에 올린 다음에 자를 대고 반듯하게 칼로 잘랐다.

자른 다음에 다시 깔았지만 너무 많이 자른 탓에 전보다 더 보기 흉해져서 그의 화를 돋우게 되었고, 나는 대역 죄인이 되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렇다. 바닥 매트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돈 조금 아끼려다 계속 눈에 거슬리는 상황이 되었다.


"자기가 최ㅅㅅ이야? 내 사무실이고 내 사업인데 왜 이렇게 간섭이 심해요?"


그의 말이 맞다.

자영업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생각해도 도가 지나치긴 했다.

차 안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에 그가 "너 돌아이지?(순화한 표현)"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아니라고 대답을 못 했다.

일부러 숨긴 건 아닌데 그에게 들켜버렸다.


‘아직 나에 대해 다 보여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돌아이는 돌아이를 알아본다던데… 혹시 그도?'


남편에게 정체를 들킨 날, 회사 선배 언니에게 톡을 보냈다.


언니 나 남편에게 들켰어. 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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