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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Dec 24. 2023

변수를 대하는 방법

보라카이 여행 중입니다

2년 전 남편과 부산으로 여행을 갔다.

우리보다 일주일 전에 부산을 다녀온 지인에게 맛집 정보를 얻었다.

돼지국밥집, 떡볶이집, 막창집을 알려줬다.

그중에서 막창집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라고 신신당부했다.

너무 맛있어 소식쟁이 둘이서 - 지인과 지인의 남편 모두 소식쟁이다 - 막창 2인분과 대창 3인분, 곱창전골에 볶음밥까지 먹었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리 예약해 둔 바다낚시 체험을 하고 고픈 배를 움켜쥔 채 막창집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향하면서 대기 어플로 미리 줄을 섰지만 79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79명 대기는 계획에 없었다.

생각지 못한 변수에 포기해야겠다고 지인에게 톡을 보냈다.

줄이 금방 줄어든다고 기다리라는 지인의 말에 식당 근처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게 싫어 줄 서는 식당 옆집으로 갔던 남편은 맛생맛사 구 여자친구, 현 아내를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대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기다림에 지친 남편은 부산까지 와서 막창을 먹어야겠냐고 투정을 부렸다.

그의 말이 맞긴 맞다.

하지만 너무 먹고 싶어서 기다리고 싶었다.

40분 정도 기다리다 참을성에 한계가 온 그를 달래기 위해 빛의 속도로 다른 식당을 알아봤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이연복 셰프가 추천하는 꼼장어집이 있어 그를 어르고 달래가며 꼼장어를 먹으러 갔다.

이 경험을 토대로 변수가 생겼을 때를 계산해서 다른 대안을 계획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지금 남편과 보라카이 여행 중이다.

첫날 저녁 보라카이를 여러 차례 방문한 친구가 추천해 준 피자집 줄이 너무 길어 근처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으로 갔다.

감바스와 처음 먹어본 돼지고기로 만든 시즐링 시식을 맛있게 먹었다.

피자집은 다음 날 가면 된다.


오늘은 어제 미리 예약해 놓은 마사지를 빼고 무계획이다.

계획이 없으니 변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텔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열대나무 잎들의 노래를 들으며 이 시간, 이 여유를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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