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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Dec 23. 2023

하루 종일 젖어 있던 날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몸에 힘을 빼라

남편과 신혼여행 이후 7년 만에 해외여행을 왔다.

오늘은 새벽 6시에 일어나 호텔 조식을 배불리 먹고 호핑 투어를 하러 갔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섬 인근 바다에서 스노클링 체험을 했다.

수영을 잘 못하는 남편과 나는 여행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배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수경을 통해 바닷속을 구경하다가 산호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던 니모를 발견했다.

만화 속에서 보던 니모를 실물로 보니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스노클링 체험을 하고 잠시 쉰 다음에 투명 카약을 타며 바다와 섬 구경을 했다.

구경을 마치고 배에서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니 말 그대로 신선놀음이었다.

라면을 호로록 폭풍 흡입하는 와중에도 오늘은 어떤 내용의 글을 쓸지 고민을 했다.

여행을 와서도 글쓰기를 할 줄이야.


호핑투어를 마치고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3년 전에 남편과 함께 수영을 배웠다.

두 달 정도 배우다가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그만두게 되었다.

수영을 배울 때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어서 몸에 항상 힘이 들어가 있었다.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몸에 힘을 빼라.”


수영 강사님과 유튜브 선생님이 몸에 힘을 빼라고 하는데 말이 쉽지 겁쟁이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어제, 오늘 물속에 계속 있으면서 물과 친해졌는지 몸에서 힘을 뺄 수 있게 되었다.

튜브 없이는 혼자서 뜨지를 못했는데 물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자세로 뜰 수 있게 되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바람의 리듬에 맞춰 춤추고 있는 야자수 잎을 물에 둥둥 떠서 보다니.


‘오늘은 이 기쁨을 글로 써야겠다! 글쓰기도 수영처럼 너무 힘을 주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 힘을 빼고 써보자!‘


선베드에 누워 잠깐 낮잠 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저녁 8시까지 수영장에 살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물, 글쓰기 구상 그리고 기쁨에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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