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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Jan 04. 2024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나는 챙긴다

오늘 버스에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그곳이 눈에 들어왔다.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집에 왔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    “몸이 안 좋아요?”

남편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


걱정이 되었지만 “약 먹고 자면 괜찮아질 거예요. 코로나 아니에요?”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약을 주었다.

그는 약을 먹고 잠을 청했으나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의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같이 뜨거웠다.


전에 약국에 갔을 때 남편이 체온계를 구매하자고 했지만, 건강한 우리가 체온계를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 구매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쩌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전화를 걸었다.


“내일까지 참을 수 있으면 국민안심병원으로 가시고요. 도저히 못 참겠으면 119에 전화하세요.”


상담사와 통화 후 이마에 찬 물수건을 올리며 '몸살일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고 주문을 걸었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코로나에 걸려 그와 나의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는 조금 더 참아보겠다고 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운전을 할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예전부터 남편이 운전면허를 따라고 했는데 나는 왜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아파트 단지에 구급차가 출동하면 맘카페에 난리가 나는데... 누가 우리를 보고 맘카페에 글을 올리면 어쩌지?’


다행히 구급차 뒤에는 “발열, 호흡기 환자인 경우에도 보호복을 착용합니다. 코로나19 환자로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과 구급차를 타고 일산의 큰 병원으로 갔다.

남편의 체온은 39.5도였다.


‘내가 무지해서 아픈 남편을 고생시켰구나...’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내가 운전만 할 줄 알았다면 다들 이렇게 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구급대원은 남편의 증상을 물었다.

코로나 증상과 일치했다.

걱정보다 무서움이 앞섰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음압실로 갔다.

오늘 버스 창밖으로 보았던 그곳이다.

구급대원들은 보호복을 벗고 차를 소독했다.

그들도 얼마나 두려울까.

그들의 투철한 사명감에 존경심이 절로 생겼다.


다행히 남편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열이 많이 떨어져 퇴원을 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하루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남편의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나는 나와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마스크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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