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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Apr 12. 2024

회가 뭐길래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가다

간장, 고추장, 된장을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입맛이 예민하신 시어머니는 복어회와 오징어회만 드신다.

싱싱한 오징어회를 좋아하셔서 매년 당일치기로 주문진을 간다.

올해는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노량진 수산 시장 건물 3층 주차장에 주차를 한 다음 1층으로 내려갔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색 고무장갑을 낀 사장님의 영업용 미소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미로 같은 수산 시장 내부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형 수족관에 담긴 대게와 킹크랩을 보자마자 마음이 설렜다.


‘오징어가 있어야 할 텐데...’


뉴스에서 기후 변화로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들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수산 시장을 30분 정도 구경하다가 지쳐 포기하려고 할 때쯤 수족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오징어들을 만났다.

심마니가 산에서 “심봤다!”라고 외치는 것처럼 오징어를 보자마자 ”오징어다!“ 반갑게 외쳤다.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오징어밖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어머니가 오징어회를 드실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한 곳에서 산낙지, 새조개, 오징어를 구매해서 식당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에 통창이 있어 회를 먹으면서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볼 수 있었다.

회 센터에서 덤으로 주신 멍게가 먼저 나왔다.

어머니는 멍게 한 점을 드시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상 위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으셨다.


시어머니    “아으, 맛없어!”

나    “오징어회랑 낙지 탕탕이 곧 나올 거예요.”


오징어회와 낙지 탕탕이가 하얀색 스티로폼 용기에 담겨 나왔다.


시어머니    “에계, 오징어 세 마리인데 양이 너무 적다.”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집은 오징어회를 초장에 찍으면서 말씀하셨다.


남편    “우리는 새조개 샤부샤부 먹을게요. 오징어는 엄마 다 드세요”

나    “네. 어머니 다 드세요.”


직원이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만큼 물 한가득 든 냄비를 버너 위에 올리고 불을 켰다.

어머니는 냄비에 들어있는 채소를 국자로 휘저으며 말씀하셨다.


시어머니    “물이 너무 많다. 채소가 이게 다야? 틀렸다! 틀렸어!”


나도 모르게 마음의 지퍼가 살짝 열리며 한숨이 나왔다.


남편    “어휴, 엄마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내가 이래서 엄마랑 외식하기 싫다니까!”

시어머니    “······.”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 소리와 냄비 물 끓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새조개 샤부샤부를 먹자고 해서 분위기가 차가워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힐끗 곁눈으로 시어머니와 남편을 보며 새조개를 집게로 집어 팔팔 끓는 물에 넣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조개들이 다이빙하듯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나    “어머니, 샤부샤부 먹고 우리 오징어튀김 먹으러 가요. TV에서 봤는데 2층에 튀김집이 있더라고요.”


남편은 물 위로 떠오르는 새조개를 집게로 집어 초장에 찍은 다음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 새처럼 남편이 주는 새조개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셨다.

나는 국자로 국물을 퍼서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릇에 담긴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었다.

뜨끈한 국물이 우리를 감싸고 있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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