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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an 14. 2023

詩11 안개 깊은 밤

안개도 연기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떠도는 존재였음을...

안개 깊은 밤

                      이은희



 그 긴 물줄기를 보고 또 본다. 몇 날 며칠 내리던 그 물줄기의 끝자락쯤일까? 깊은 밤,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그런 밤에 처음 알았다. 안개도 연기처럼 바람에 이리저리 떠도는 존재였음을. 간간이 지나는 택시 지붕 연둣빛 네모 등이 안개 속에서 저렇듯 뽀얗게 파스텔 빛을 발하고, 끊이지 않고 물줄기를 내리던 하늘도 이젠 지쳐버리고 잠시 휴식중일까?

 물기 가득 머금은 솜덩이가 무겁고 자욱하게 세상을 감싼다.



- 이은희 시집 『아이러니 너』 中








詩의 초고는 2011년 7월 4일 월요일 새벽 1시 59분~2시에 썼었다.

기억 속에 2011년의 6월 말 무렵부터 7월 초, 거의 10여 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내렸던 것 같다.

세상이 온통 물먹은 솜처럼 수분으로 가득 찼던 기억...


오늘 모처럼 밤 산책을 다녀오는 길, 아니 이제는 어제가 되겠다. 13일의 금요일 밤이었으니... 1월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날씨가 포근했고, 세상은 온통 안개로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혼자 동네 놀이터를 끼고 돌아오는 아무도 없는 외진 길을 걷는데...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었구나..' 갑자기 살짝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브런치에 오늘은 나의 詩 <안개 깊은 밤>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서움을 쫓아버리고 걸을 수 있었던 시간...







추신.

아파트 뒤편 안개 깊은 밤 풍경과 이안의 노래 '물고기자리' 부분 녹음을...



추신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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