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희 시인 Jan 20. 2023

2023년 1월, 선배님과 함께 겨울 산책...

걸어서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에서 '중앙시장'까지...

2023년 1월 19일 목요일 밤 11시 47분이 지날 때...


고관절 부위가 너무 욱신거린다.

어제는 산악밴드 멤버들과 서울 둘레길 투어로 20,000보, 오늘은 안양 산책길 투어로 13,000보...

너무 무리를 한 모양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도무지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쉬이 잠들지 않을 것 같은 밤이다.


낮에 안양 '병목안 시민공원'을 따라 안양 일대 투어를 했다.

오랜만에 영래(시인. 소설가) 선배님과 함께 걷는 길...

이 계단 위의 정자는 영래 선배님이 종종 저녁무렵에 혼자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사색에 잠기시는 곳이란다.
우) 크리스천이니 저기 교회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 한 번 가서 커피를 마셔보라고 하신다..ㅎㅎ


안양 '중앙시장'까지 걸어서 거기 포장마차에서 저녁 겸 막걸리를 마셨다.

이번에 선배님을 만난 것은 지난 2차 코로나 확진 바로 전날이 마지막 뵌 것이었으니 두 달이 살짝 넘어서 뵌 것 같다.

겨울 산책을 하면서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산책을 할 때면 자연에 대해 늘 모르는 것이 많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러주신다.

오늘은 잘 오지 않는 귀한 '밀화부리'가 공원 나뭇가지에 날아 앉아서 한참이 반가웠다.

나는 그저 참새인 줄만 알았는데... 선배님이 '밀화부리'라고 그 이름의 이유까지 설명해 주셨다.


'밀화부리'가 잔뜩 앉은 겨울의 나무...




막걸리를 마실 때는 시에 대해 그리고 이번에는 소설에 대한 조언도 덤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했더니 당신의 생각을 조금 나눠주신다.

부끄러웠지만 선배님께 내가 브런치에 써둔 독백 중 여름 에피소드 하나를 읽어드렸더니...

그것은 하나의 장면(scene) 같아서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은 예쁜데... 소설이기 위해서는 동사가 많아야겠다고 하신다.

시인이고, 소설가이기도 하신 영래 선배님께는 그것이 에피소드이기에도 많이 부족했을 테지만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씀만도 어디인가...


요즘 브런치를 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나의 산문의 문장이 거의 단문으로 끊어진다는 것,

물론 그런 이유에는 내가 詩人인 까닭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학교 4학년 때 모 방송국의 <방송작가 연수반>을 수료했던 이 나의 산문의 문체에 영향을 준 듯하다.


詩를 이야기하며 내가 좋아하는 백석, 윤동주도 기형도, 허수경, 한강도 그리고 선배님이 좋아하는 랭보와 보들레르, 릴케의 이야기까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 나는 너무도 좋다.


집에 두 권이 있다며 오늘은 배낭에서 《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를 꺼내서 선물로 주셨다.

내가 소장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챙겨 오셨다고...


오늘 선물로 받은 시집..


선배님을 만나면 늘 詩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글에 대해서는 특히 칭찬이 인색하신 아니 어쩌면 오랜 시간을 홀로 독학으로 시와 소설을 쓰셨기에 그리고 랭보를 읽기 위해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습득하실 정도인 워낙 많은 독서로 다져진 까닭에 객관적인 눈으로 작품을 보실 수 있는 작가이기에 가끔 내게 해주시는 詩에 대한 칭찬은 詩를 더욱 열심히 쓰고 싶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인생, 뭐 별것 있을까?

하지만 그저 자기 잘 먹고 잘살기만을 바라며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래도 세상을 위해서 나와 아주 먼 단 한 명의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그의 인생에 좋은 의미 부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런 삶이라면 人(人)으로서는 진정 행복한 인생이 아닐는지?

그리하여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면 더없이 값진 인생이 아닐는지...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기를 바라며 글을 쓰리라는 내 브런치의 작가소개처럼 그런 詩人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는 그런 밤이다.

이제는 그런 (2023년 1월 20일 금요일) 새벽이다.




추신.

병목안 시민공원 겨울 나뭇가지에 날아든 '밀화부리' 영상을...

2023년 1월 19일 목요일 오후 3시 7분...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