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곧 엄마의 생신이 다가오니 저 달은 모양을 떠나서도 그믐달 아닌 초승달일 테지...
사람은 모두 죽는다.
내가 사랑했던 윤동주도 그리 일찍 갔으니...
지금 저 하늘 어디쯤에서 나를 내려다볼까?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나만은 그래도 오래오래 살 것만 같다. 나만은 특별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 여적지 살고 있다고 여긴다.
저 하늘 너머는 무엇이 있을까?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야 학창 시절 배웠던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등) 대기권과 그 보다 더 먼 곳은 외기권(우주)이 있다는 것은 두 말이 필요 없겠지만...
허나 그런 과학적 지식 말고 인간이 죽어서 간다는 그 피안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님을 믿는 내게는 이런 질문이 너무도 우매한 것일 수 있겠으나 신앙을 떠나서 그저 인간적인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만은 그것이 너무도 궁금하다.
나는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제 곧 나의 방만했던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어두운 생각이 엄습한다.
유튜브 쇼츠에서 우연히 보고 알게 된 그녀, 큰 부상을 딛고도 재활을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종목에 도전해서 거듭 금메달을 땄다는 불굴의 육상선수 K, 아름다운 피지컬 때문에 처음엔 눈에 띄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녀의 육상에 대한 끝없는 투혼을 안다면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눈부시리라.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어떻게 그렇게 강인할 수가 있었을까?부상을 당한 순간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자신의 주종목을 포기하게 됐을 때 꿈이 꺾인 좌절의 아픔은 육체의 고통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테지...
그에 비하니 이제껏 살아온 50여 년의 세월이 쌓인나는 그럼에도 어찌 이리 한심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것일까? 슬픔이다. 참으로 서럽게도 살다가 갔을 80여 년 전의 윤동주 그는 또 어떻던가? 자신의 별에 봄이 온 것조차도 알지 못한 채로 떠나간 가엾은 그의 청춘은...
무엇이 이리도 조급하고, 무엇이 이리도 서럽단 말인가? 나는 이만큼 살아온 것도 온통 감사할 것들 투성이 인 것을... 모두 각자의 시간이 흘러감을 때론 포효하는 거센 파도처럼 무섭게, 때론 구렁이 담넘 듯이 심드렁하게 느낄 테지. 내게만 시간이 빨리 가는 것도 더디 가는 것도 아님을 아는데도 요즘의 나는 왜 이리 모든 것이조급한 것인지?
아프니까 청춘이라던 (모 음료의 카피 문구로 쓰이기도 했던,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인용) 말이 무색하게 나는 아픈 것도 내색지 말아야 하는 그럼에도 하늘의 뜻까지 파악해야만 하는 지천명(知天命)의 초입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