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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속 죽음과 그 이후 #2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Big, blue, sad rock."


"Midnight mass (2021)"에서 주인공인 Erin이 지구, 즉 세상을 비유하는 대사의 일부입니다. 정말이지 삶이란 것이 즐거울 수가 없는 현실이지요. 잠깐의 유희와 행복한 순간들이 가끔씩 죽어가는 배터리를 재충전해주긴 하지만 결국 꺼져가는 죽어가는 삶에서 잠깐의 휴식일뿐입니다.


다가오는 죽음, 그 뒤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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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작 7부 시리즈 "Midnight Mass" 에서는 주인공인 에린 (Erin) 과 라일리 (Riley) 가 나누는 대화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라일리는 venture capitalist 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음주운전으로 어느 여성을 죽게 한 후 실패한 삶으로 전락한 30대의 젊은 청년입니다. 삶이란 후회만 있는 여정이며, 죽음을 통해 썩은 육신이나마 그나마 세상에 도움을 주게 된다고 보는 절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요. 하지만 에린은 죽음 뒤에 기다리고 있는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유산한 후, 그리고 삶의 굴곡이 상당히 컸던 사람이지만 미래에 대한 명확한 희망과 소망이 있습니다.




먼저 라일리가 생각하는 죽음과 그 이후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후회로 가득찬 죽음을 그가 이야기합니다.


에린:

우리가 죽은 다음엔 ‎어떻게 되니, 라일리?

라일리:

‎몰라. ‎안다고 하는 사람들 말은 ‎믿지 않지만가 어떻게 될 건지는 아마도 말할 수 있겠지.

에린:

‎넌 어떻게 되는데? 말해 봐. ‎네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데?

라일리:

‎내가 죽음과 동시에 모든 신체의 기능이 멈추게 돼. 일종의 셔터를 내리는 것과 같지. ‎일순간 또는 점진적으로 될거야. 호흡이 멈추고 그 다음엔 심장 박동이 멈춰. ‎의학적 죽음이지. 5분 정도가 지나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 ‎하지만 그동안 ‎뇌에서 DMT를 방출해낼지도 몰라. 우리가 꿈을 꿀 때 나오는 ‎환각 유발제야. 그 때 아마도 ‎난 꿈을 꾸겠지. ‎전에 없이 큰 규모의 꿈을 꿀 듯 해. 뇌에 남아있는 ‎DMT를 전부 다 ‎한 번에 쏟아 버리니까, 뉴런이 마구 쏱아져 나오겠지.

기억과 상상이 ‎엉켜서 불꽃놀이처럼 터지는 게 보이고, 그 속에서 ‎마치 난 완전 취하는 듯, ‎내 정신이 내 모든 기억을 속속히 뒤지면서 ‎그 속에서 취하게 되는 거지. ‎오래 전, 그리고 최근에 꾼 기억과 ‎꿈이 섞인 후…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커튼콜의 시간이야. ‎모든 꿈을 끝내는 꿈이지. ‎내 정신이 마치 미사일 격납고를 ‎털어낼 때 꾸는 원대하지만 마지막으로 꾸는 꿈이야.


그러고는 이것도 멈춰. ‎두뇌 활동이 멈추고 ‎난 후 내게 남은 건 없어. ‎고통도 없고, ‎기억도 없고, ‎내가 누구였는지도 모르게 되겠지. ‎내가 누굴 해쳤다는 것도 모르고, 내가 누굴 죽였다는 것도 몰라. ‎내가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전부 돌아가는 거야. 뇌에서 전기가 하늘로 흩어지면서 ‎결국 내 몸이 죽은 조직이 될 때까지.


‎고깃덩어리, ‎망각, ‎날 이루던 작은 것들, ‎미생물과 박테리아 ‎그리고 내 눈썹, ‎머리카락, 입속, 피부, 내장 등 내 몸 속에서 살던 ‎10억 개의 작은 다른 것들은 그레도 계속 살아가게 돼. 그제야 ‎‎난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거야. ‎생명을 먹이는 것이지. ‎난 분해되고, 나의 작은 조각들은 자연 속에서 재활용돼. ‎다른 수십억 개의 ‎조각이 되는 거야. ‎내 원자가 식물 속에도 ‎곤충과 동물 속에도 있어. ‎마치 하늘의 별과 같아. 잠깐 존재하겠지만 결국 우주 전체에 흩어지는 별과 같이.



이후 에린의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에린은 소망을 가진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라일리:

네 차례야.

죽으면 너는 어떻게 되는데?

에린:

내 경우를 말하라고?

라일리:

네 자신의 경우를 말해 봐.

에린:

‎싫어. ‎내 얘기는 안 할래.

‎오늘 죽은 건 내가 아니니까.


‎내 딸은 깬 적이 없어. ‎내 작은 몸 속에 들어와서. 그 애는 자기의 작은 몸이 만들어지는 동안 ‎계속 자고 있었어. 꿈꾸는 것밖에 몰랐지. 꿈만 꿨어, 심지어 이름도 없었지. 그렇게 자다가 그 때 그 완벽한 영혼은 위로 올라갔어. ‎이 아이가 지구에서 고통받으라고 ‎하나님께서 보내신 게 아니거든. 이 아기? 이 작고 특별한 영혼은 그저 잠시 지구로 내려가서 자라고 ‎신께서 보냈던 거야. ‎낮잠 좀 자고, 잠깐동안 꿈꾸라고. ‎그리고 다시 부르셨지. ‎돌아오길 바라셨던 거야.


‎그래서 그 아이의 영혼은 돌아갔어. ‎지구로 내려왔던 길로 다시 ‎그 위로 떠올라서. ‎대기의 모든 영혼을 지나 하늘의 모든 별들도 지나 ‎눈부신 빛으로 말야. ‎그러고 거기서 처음으로 ‎아기가 깨어나기 시작해. ‎사랑이란 감정이 아기를 에워싸지. ‎순수하고 놀라운 사랑. 당연하지. ‎그 아이의 영혼은 순수하니까. ‎죄를 지은 적이 없거든. ‎단 하나의 생명도 ‎다치게 한 적이 없어, 심지어 개미조차. ‎


그리고 아기는 ‎혼자가 아니야, 집에 왔거든. ‎거기엔 그 아이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 ‎아기는 모르지만 ‎그건 아기의 가족이야.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이름을 지어줘. 그때 하나님께서 ‎아기의 머리에 키스하며, ‎그분이 그 애의 이름을 말할 때 ‎아기가 자라나지, ‎순식간에. ‎딸은 완벽하게 돼. ‎지구에서 살았다면 정점을 찍은 상태가 그랬을 거야. ‎나이도 완벽해, 전성기야. ‎그때 가족들이 ‎지구의 엄마에 관해 말해줄 거야. 엄마도 곧 그 곳으로 올 거라고. ‎아이는 행복해. ‎영원한 기쁨만 있어. ‎아이는 사랑을 받지. ‎혼자가 아니야.


그게 우리가 말하는 천국이야. ‎큰 맨션, 저택, 다이아몬드가 흐르는 강, ‎포근한 구름, 천사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곳이 아니야. 온전한 사랑을 받는 곳이지. 혼자가 아니고. 그게 하나님이셔. ‎그게 천국이야. ‎


그래서 우리가 고통을 견디는 거야. 여기 커다랗고 파란 ‎슬픈 돌, 지구에서 겪는 고통, ‎나도 곧 갈 거야. ‎아버지를 만나고, ‎할머니를 만나고... ‎딸도 만날 거야. ‎행복해하며 안전한 곳에 있는 내 딸. ‎딸을 만나면 난 너무 행복할 거야.


라일리:

‎네 말이 맞았으면 정말 좋겠다.




- August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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