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미소

내가 좋아하는 노래

by Rumi


가수 이문세 님의 노래가 특별한 이유는 작사/작곡가였던 이영훈 님의 노랫말과 선율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물론 가수 또한 뛰어난 분이지요. 만약 가수 이광조 님에게 작곡가 이영훈 님의 노래가 주어졌다면 이문세-이영훈의 조합과는 매우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듯 합니다.


이 분이 소천하신 후 많은 음악평론가들이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해 쓴 글들이 많더군요. 그 중 하나를 아래 올려봅니다:


(이영훈의 노래는) 통속적이라거나 상업적이라는 말로 격하되지 않을 '격이 있는 사랑노래' 과장과 위악과 오만 없이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풍성한 선율과 혼잣말과 같은 가사에 저며 냈다. 그러면서도 자기연민과 감정과잉 속에 허우적대지 않는 담담함이 잃지 않았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살다보면 다른 가능성이 두려워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그리고선 '그래 차라리 잘됐어'라고 중얼거린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이 베어져 저만치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 대중음악 평론가 나도원 〈故 이영훈을 말하다〉


이영훈 작곡가에 대한 또 하나의 평을 인용해 봅니다:


이영훈 선생이 그렇다고 발라드를 발명한 건 아니다. 그는 없는 것을 창안해낸 게 아니라 있어온 것을, 있어야 할 것을 비로소 있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그女의 웃음소리뿐',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과 같은 낯선 패턴의 선율이 어찌 그토록 통렬한 전파대첩을 일궈냈겠는가. 당시 한 여기자는 말했다. '바라던 노래가 이제 비로소 나온 것'이라고...(중략)...1980년대 말에 와서는 급기야 가요와 팝의 위대한 역전이 이뤄졌다. 이영훈 선생의 업적 중의 업적은 서러움과 멸시의 굴레에서 허덕이던 가요가 당당하게 대중음악의 주체로 상승하게 된 밑거름을 제공했다는데 있다. 만약 새로운 패턴의 발라드 곡 쓰기가 그의 개인적 성공이라면 팝과 가요의 우선 순위 바꿈은 그가 쾌척해낸 사회적 성공일 것이다 ―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작곡가 이영훈 1주기〉


어찌 그토록 통렬한 전파대첩을 일궈냈겠는가... 라고 쓴 기자의 문장이 80년대, 그리고 90년대 그 느낌이 어땠는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감각을 통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의 노래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았으면 당시 미국에 있던 제게까지 전해졌을까요?




겨울이 지나가고 있지요? 아마 다음주부터는 봄을 조금씩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겨울, 그리고 공기 속 냉기는 유달리 혹독했던 이 계절이 아직은 떠나지 않고 있음을 느낍니다.


겨울 말미에는 이 노래 "겨울의 미소"를 꼭 듣습니다. 이문세 7집에 수록된 곡으로, 성악가 박정하 님과 함께 부른 노래지요. 이 앨범은 이문세-이영훈 era 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으로, 노래 하나하나가 예술성이 뛰어나지요.


마음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같이, 그리고 다시 한 번 기억하고자 올립니다. 영상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을 기억하며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 먼 하늘과 흰 구름에

그대의 사랑을 묻고 싶소

내맘 깊은 곳에 숨겨진

슬픔은 사랑이였지요


그대 여름과 봄 대신에

겨울의 미소를 주시었죠

흰눈 쌓인 바닷가 멀리 흩어진

햇살같은 미소는

내 맘에 거짓없는 이름으로

내 생애 끝에라도 부르리오

아무말이 없는 노래처럼

그대 위해 기도하오


그대 아무런 말대신에

순결한 마음을 주시었죠

그마음 내게 남은 슬픔은

시작이려오





- February 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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