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 드라마를 2005년 12월 31일 그날 밤 9시에 본 사람들은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궁금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날 밤, 그저 지난 1년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TV 앞에 앉았을 사람들이 그 후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작품이 그들의 마음을 마구 휘저어놓을지는 몰랐겠지요.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이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소설을 영화화/드라마화한 경우 대부분 졸작으로 되는 반면에 이 드라마는 명작이라고들 합니다 - 저도 동의합니다.
1970년대부터 (고등학교) 30년간 이어진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상미와 음악의 조화, 원작에 충실했던 시나리오, 그리고 주연배우 (홍수현, 기태영)의 열연... 대부분의 경우 언제나 기대 이하인 한국영화지만, 이 작품은 TV 영화임에도 왠만한 feature flim 보다도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단 불륜이 소재라는 점이 문제. 그런데 이 subject matter를 빼면 이 드라마/영화가 이렇게 극적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2010년경 바삭 바삭 (또는 바싹 바싹) 말라만가는 정서가 이렇게 방치하면 안 되겠다 하여 몇 주간동안 탈출구를 찾던 중, 잠시나마 마음의 갈증을 조금 해소하게 해 준 드라마 - 기억에 남는 영상들을 올려봅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 (단편영화) 는 아마 없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