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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28. 2021

"Welcome to My World (1/4)"

관심이었을까 또는 일탈이었을까?

1997년 가을, Wall Street에서 일을 하던 때였습니다. 장이 마감된 후 4시 30분경, Morgan Stanley에서 일하는 아는 형 (Korean-American)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Hey, what's going on, bro?"

"Nothing much, Jay. Another sittty market today."

"Tell me about it. So, what can I do for you?"

"Come on out to Koreatown for dinner tonight. I am buying."

"You know I don't like to go to midtown."

"I am bringing out a girl tonight."

"Whoa, for real? I am there then!"

"See me at 5:30 pm. I will pay for the parking, too."

"OK, then. I am not drinking, you know."


Koreatown으로 그 시간대에 Wall Street에서 운전을 해서 가려면 맨해튼의 가을길을 즐기기보다는 고역에 가까운 일이 될 것임을 뻔했습니다. FDR을 타고 가자니 고장 난 차 또는 사고차량이 있으면 3차선 모두 막히게 되니 gamble 같은 선택일 것이고, Manhattan 중간으로 가자니 퇴근 차량에 거북이처럼 움직일 것이 당연했으니까요. 결국은 subway를 탔습니다. 차는 그냥 주차장에 두고, 저녁식사 후 다시 subway를 타고 내려와서 집으로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그 형은 보통 저녁은 짧게 하고 그 후 술자리를 가지는 것을 즐겼고 저는 술을 아예 안 하기 때문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도 될 일정이 될 듯했습니다. 그렇다고 저녁만 먹고 이 형을 '버려두고'오는 것이 아니었음이, 이 형은 저녁을 같이 할 사람이 다르고 술을 같이 마실 사람이 다른 경향이 있어서, 제가 그를 두고 와도 그 형은 곧 다른 친구들을 불러낼 것을 알고 있었지요.  


목적지는 Herald Square. 34가와 Broadway 가 교차하는 근처에 Koreatown 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Koreatown으로 세 블록 정도 걸어갔습니다. 가을이라 일찍 어두워지던 11월 초였고, 근처에 있는 Macy's에 샤핑을 가는 사람들과 퇴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인타운으로 가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던 시간대라 걸어가기에도 꽤나 북적였습니다. 90년대 초반 대학교 시절, 근처에 있던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FIT)에 다니던 textile 전공 학생과 저녁을 하면서 제 portfolio와 그녀의 portfolio을 같이 들여다보던 시절도 떠오르더군요. 미술 쪽 학생들이 그랬듯, 그날도 그다지 중요한 내용의 대화도 없었음에도 소박하다 못해 약간은 남루한 식당에서 거의 밤 11시까지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 친구는 지금 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불과 3년 전이었지만, 당시에는 복수전공 (순수미술과 경제)을 하면서 졸업 후 미술 학위와 경제 학위 둘 중 어느 것을 살려야 할까? 하고 고심을 꽤 하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결국 double major는 했지만 미술 career를 포기하고 택한 길이 금융계 - 후회는 당시에는 없었지만, 미술을 하는 친구들이나 또는 미술관, 그리고 Soho의 크고 작은 gallery에 방문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미련이 꽤 짙게 남아있음을 느끼기도 했지요.


10분 후쯤 도착한 한인타운. Local 들에 있어 90년대 후반의 Koreatown 은 꽤나 이질적이었습니다. 당시 강서회관이라는 큰 식당이 한인타운 길목 입구에 있었고, 이 식당 아래에는 한국계 은행 지점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 식당은 한국사람뿐만이 아닌 local 들도 자주 찾았던 곳이었지요. 제 사견이지만 local들이 이 식당까지는 즐길 줄 알았지만, 그 식당을 지나 한인타운 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크고 작은 다른 한인식당들과 가게들은 찾는 일이 거의 없었음이 - 아마도 강서회관이 주는 보편적인 구조와 외관, 그리고 '시도해볼 만한' 음식메뉴까지가 당시 local 들의 한계였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한국 음식문화가 90년대 local 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했지요 - 90년대 중반 가족과 강서회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중 세 테이블 건너 있던 백인 손님들이 자신들이 주문한 냉면과 고기를 자르기 위해 종업원이 가위를 사용하려는 것을 보고 놀라고 화를 내며 식당 매니저에게 항의를 하던 모습도 기억합니다 - 그 정도로 그 당시에는 local 들에게 있어 한국문화는 혐오 또는 이질감 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각오'가 필요했던 경험에 속한 듯했지요.


강서회관을 지나 그 형과 약속한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2층에 위치한 이 식당은 벽에 큰 스크린이 걸려 있었고 꽤 좋은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더군요. 한국 가요 music video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곳에 들어서면서 왠지 저는 어느 한 romantic 한 한국 드라마의 한 배역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이름을 부르는 쪽을 보니 한인타운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그 형이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어느 한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한국계 또는 한국사람이었고, 나이는 제 또래, 20대 중/후반으로 보였지요.


형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당연히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도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하고 다소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창 밖만을 응시하고 있던 그 여성은 제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가볍게 목례를 건네더군요. 처음 만난 사람과의 인사를 이렇게 하나? 최근의 어떤 유행인가? 교포 2세인가? 유학생? 뭐 이래? 하는 생각들이 연속으로 들더군요. 그런 제 얼굴을 본 형도 당황했는지 이런 저런 말로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고, 아는 형의 친구 또는 애인(?)일수도 있는 사람이었기에 저도 바로 개의치 않고 그들의 앞쪽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이상했습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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