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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Mar 24. 2016

"운우지정(雲雨之情)"

지나가는 생각들

요희(瑤姬)의 이야기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할 경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함도 중요하겠지만, 그들만의 사랑이야기를 접하는 것 또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필요합니다. 뉴욕에서 많은 중국사람들로부터 들었던 그 많고 많은 사랑 이야기들 중 (오늘 저녁 이백의 시를 다시 찾게 된 계기일까요)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미녀들 중 한 명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 이름은 "요희(瑤姬)."


요희(瑤姬)는 농업과 의약의 혜택을 인류에게 베풀었던 신농(神農)의 셋째 딸. 한국어로 하면 "구슬 아가씨"로 번역이 된답니다만, 이 보석처럼 예쁜 소녀가 시집도 가기 전에 죽었다고 하고, 그녀는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혔다네요. 하지만, 이 요희(瑤姬)는 요초(...瑤草)라는 풀로 거듭나고, 이 꽃의 열매를 먹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합니다.


그녀가 묻혔던 무산(巫山)이라는 곳은 양쯔 강(揚子江) 중류에 위치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인데, 전국(戰國) 시대 어느 날 초(楚) 나라의 회왕(懷王)이라는 임금이 무산에 놀러 왔고, 회왕은 무산의 수려한 경치를 구경하다가 고당관(高唐觀)이라는 누대에 잠시 머물렀다고 합니다. 회왕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요희(瑤姬) 가 나타났다지요... 요희(瑤姬)의 모습에 반한 회왕은 그 자리에서 그녀와 사랑을 하였고, 그녀가 수줍은 듯 떠나려 할 때 회왕은 아쉬운 나머지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여 물으니, 그녀는 “아침에는 산봉우리에 구름이 보입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산기슭에 비가 되어 내리는데 그게 바로 저랍니다”라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고 합니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회왕이 깨어보니 단지 꿈이었던 것.

꿈에서 그녀가 말해준 대로, 낮에는 구름이 드리운 산, 그리고 저녁때가 되자 산기슭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회왕은 더욱 그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불타올랐으나 더 이상 만날 기약은 없었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회왕은 그녀와의 짧은 추억을 기념하여 무산의 남쪽에 조운관(朝雲觀)이라는 누대를 지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해서 아침에는 구름이 되었다가 저녁에는 비가 되는 요희(瑤姬) 와의 사랑, 이로부터 남녀 간의 관계를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한다는 전설이야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그 당시 제 친구들은 말해주었고, 거의 20년이 지나 오늘 불현듯이 떠오른 이 이야기... 다시 검색을 해 보니 '육체적인 사랑'을 지칭하는 표현이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해석들을 내리는데, 그런 방향으로 이해한다면 이 아름다운 구름과 비의 이야기에 대한 예가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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