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옆 공원
서울 북쪽 하늘에 깃털 같은 구름 몇 자락이 하늘하늘 날리는 날이면 꼭 그녀가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너무 먼 곳이군요.
2007년 3월 11일, 이제는 거의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 고객사에서 근무하던 28살의 여성과 덕수궁 옆에 위치한 나지막한 언덕이 있는 공원에서 북쪽 하늘이 있는 북한산 쪽을 바라보며 근처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3개의 Sandwich와 과일음료를 곁들인, 그 봄날처럼 아주 상큼한 점심을 같이 한 기억이 있습니다. 저보다 7살 어렸던 그녀와 첫 점심이었지요. 물론 그 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상가,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던 청담동의 멋진 식당들, 그리고 그저 그런 냉면집과 빵집 등을 다니며 우리 둘이 많은 시간을 같이 한 기억이 따릅니다. 그 날 점심은 고작 한 시간이었지만,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점심은 그녀가 사 오기로 하고 저는 음료수를 준비한 날이었지요.
여태껏 만나 본 사람들 중, 그녀처럼 음식을 천천히 그리고 꼭꼭 씹어먹는 사람은 없었지요. 그러면서도 입을 곱게 꼭 다물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하늘 부는 봄바람에 머릿결을 조금 휘날리며 북쪽 하늘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펼프 픽션 (The Pulp Fiction) 이란 영화에서 미아 (Mia: Uma Thurman) 가 빈센트 (Vincent: John Travolta) 에게 하던 말 ("That's when you know you've found somebody special. When you can just shut up for a minute and comfortably enjoy the silence": 특별한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말없이 조용히 있더라도 그 침묵의 순간조차 즐길 수 있게 되거든)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그녀. 그 날 우리 둘은 점심을 하며 30여 분간 아무 말이 없었어도, 봄바람이 전해주는 따사로움을 통해 충분히 서로 간에 교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같이 그 상큼한 점심을 같이 한 그 날 이후, 그녀가 프랑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들은 1년간 31곳의 식당과 24곳의 커피샾을 돌아다니며 이어졌습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