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Mary MacGregor라는 가수가 부른 "Torn between Two Lovers" 란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 중 "torn"의 의미는 '찢어진'이란 의미가 맞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표현하자면 "찢어졌다"라는 의미보다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 하는' 상태를 의미함이 더 어울리겠지요.
1990년대 초반, 대학교 4학년이었던 때, 1년 반 동안 두 여인을 동시에 사귄 적이 있습니다. "사귀었다"라는 표현을 싫어하지만 20대 초반의 남자가 누군가를 정말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제게 있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상대는 십 대 후반에 있었기에 예외라고 해야겠지만, 20대에 들어선 이후 만난 이성들의 경우 그저 좋아했거나 (liking) 단순히 반했을 (infatuating) 정도였을 뿐, 사랑 (loving)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20대 초반의 덜 익은 과일 같은 나이였기에, 그 결말도 서투르게 마무리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일요일 오후가 그랬듯, 저는 윤주를 Manhattan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친 후 잠깐의 시간을 가진 후 그녀는 아버지의 일을 돕기 위해 오후 2시까지 Amsterdam Avenue와 74th Street 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 deli grocery에 가야 했습니다. 윤주는 저보다 4살이 아래였고,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freshman으로 입학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었었지요. 이 여성에게 관심이 있었던 저는 이미 3개월 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그녀를 Queens에서 Manhattan까지 직접 데려다주었습니다. 45분이 넘는 거리였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나눌 수 있었기에 제겐 기쁨이었지요.
하지만 그 당시 제게는 또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한 살이 어린 '민주'라는 사람이었지요. 키가 크고 서구형의 얼굴과 멋진 몸매, 그리고 짙은 커피 향 같은 목소리, 아마도 그렇기에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게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왠지 이국적인 외모와 매력이 있던 여성이었지요. 성격도 쾌활한 사람이어서 주변에 언제나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윤주와 민주, 그리고 저는 모두 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뉴욕에서는 꽤 큰 규모의 교회로, 많은 사람들이 출석하던 곳이었지요. 아마도 그렇기에 개인이나 또는 개인들 간의 관계가 드러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200명이 넘게 등록되어 있었던 이 교회의 대학부 미니스트리 소속이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이런 큰 집단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민주에 대한 제 마음을 알려주거나 보여 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교회라는 특성상, 그리고 '모두가 가족 같고 친근한' 교회의 일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hug를 하더라도 그저 '형제자매'와 같은 소속감 속에서 행해진 일이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리고 심지어는 민주에게도) 제 마음을 들킬 일은 없었지만, 그녀와 가끔 hugging으로 인사를 할 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었지요.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잠깐 제 코를 담고 그녀의 향을 맡을 수 있던 기억도 이제는 꽤나 부끄러운 제 과거의 한 조각이 되었습니다.
민주와는 달리 윤주는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외모도 그리고 성격도 평범해서 그룹 내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윤주는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그리고 깊이 들어줄 줄 아는, 그리고 진솔한 생각으로 상대를 위로하고 편안하게 하고 인내심도 많은 사람 - 하지만 외모로는 드러나지는 않는 20세의 소녀 같은 여성이었지요. 아마도 그렇기에 제 마음이 윤주에게도 끌렸던 것이었겠지요.
어렸던 시절, 이렇게 두 사람을 마음에 두는 일은 어찌 보면 흔한 일이었을 수 있고,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관계들과는 달리 제게는 민주와 윤주를 동시에 한 마음속에 같이 둘 수 없었던 치명적인 이유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