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ite #3, 971 Lexington Avenue

by Rumi


"971 Lexington Avenue, Apartment #3"


예전 1988년 겨울에 큰아버지의 Lexington Avenue 가게에서 늦게까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Subway를 타고 집에 갈 시간이 너무 지나서 그날 밤은 큰아버지의 Manhattan apartment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큰아버지는 Long Island에 집이 있었지만 주중에는 이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지요. 가게에서 집에 전화를 하고 밤 11시경에 yellow cab 들도 뜸하게 다니는 Lexington Avenue에 나섰습니다. 큰아버지의 apartment는 가게에서 세 블록 위쪽으로 64가에 있었지요.


당시엔 참 오래된 아파트였습니다. 1층엔 미술도구 가게가 있었고 2층부터가 거주를 위한 작은 studio 들이었지요. 명칭이 apartment 였지, studio 규모였습니다. 페인트칠을 최소한 다섯 번은 한 듯한 무거운 현관문 두 개를 열고 30년도 더 되어 보이고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갈색의 계단들을 놀라가서 들어간 큰아버지의 studio - 일단 천장이 높았습니다. 벽과 천장을 온통 흰색으로 페인트칠은 한 것이 눈에 처음 들어왔고, 그다음엔 living room 구석에 꽤 비싸 보이는 Sony 전축과 백 장 가까이 되는 LP 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kitchen 에는 아주 낡은 흰색의 작은 gas stove와 oven, 그리고 높은 천장 탓이라 그런지 너무 왜소해 보이는, 70년대부터 계속 그 자리에 있었음이 분명한 사기 재질의 흰색 싱크대, 그리고 천정에는 일부 유리로 되어있어서 하늘의 달이 보이기까지 한 그 장소, 당시 제게는 참 마음에 들던 studio 였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들어간 bathroom - 샤워를 하면서도 위를 보니 living room의 천정과 같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일부 유리로 되어 있더군요. 이런 구조의 화장실은 처음 경험해본 까닭에, 천정만 보면서 더운물에서 생기는 steam 이 4m 위에 있는 유리까지 구름처럼 피어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샤워를 했던 기억 또한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도 이 천정이 유리로 된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햇빛이 들어오는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사진에서 보면 가운데 위치한 다닥다닥하게 붙어있는 3개의 건물들 중 제일 작은 건물 3층 - 이젠 이 studio 가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더군요. 월세로 나와 있던 것을 오늘 우연히 찾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30여 년 동안 두어 번은 실내공사를 한 듯, 손색없이 깔끔하게 보이는 지금의 모습보다, 겹칠 한 페인트 벽과 60-70년대의 독특한 Manhattan studio의 냄새까지 배어있는 그때의 그 모습이 제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매력적인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롭게 보이는 것도 좋긴 합니다).


이때가 바로 제게 있어 미국에서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기억이 배어있는 시기일 듯합니다. Manhattan에 NY Subway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경험을 16살 때 했었으니, 참 행운이었지요. Bagle을 아침마다 손에 쥐고, coffee를 한 잔 하면서 걷던 Lexington Avenue, 점심에는 Ray's Pizza에서 slice 2개와 Diet Coke를 즐기던 62가 거리, 멋진 신사숙녀들이 드나들던 뉴욕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인 Bloomingdale's 옆이었던 Lexington Avenue에 있었던 큰아버지의 가게, 그곳에서 Brooke Shields와 바로 코앞에서 1:1로 대화를 5분간 했으며, Simon and Garfunkel의 노래에 깊이 노출되었으며, 그리고 당시 26세의 Holly Stoller라는 같이 일하던 백인 여성으로부터의 첫 kiss를 받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가게입니다.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나는 그때의 추억이 매년 새롭습니다. 제 미국 life의, 아니, New York Life의 첫 단추는 사실 그곳에서 끼워졌었답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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