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by Rumi


"뭔가에 미쳤었는데, 그건 자유였더라"


"낭만"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해 봤자 "romance"로 밖에 번역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 etymology는 한자에 근거하지만, 참 아름다운 단어지요. 전북일보에 올려진 글을 인용하자면 - '낭만(浪漫)'은 글자 자체를 통해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단어라는 말 -이며 - '낭만(浪漫)'은 글자 자체의 의미는 무시하고, 숙어처럼 그 의미를 파악해야 - 한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예전 어딘가에서 읽었던 글을 기억하자면 이 단어 "낭만(浪漫)"은 많은 한국어 단어들이 불행하게도 그렇듯 프랑스어의 로망(roman)을 한자로 표기한 일본식 발음이라더군요.


한국에서 가장 낭만이 가득했던 시기는 (제 사견이나) 70년대와 80년대 초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특히 외세의 문화적 흡수가 덜 되었던 시절, 그리고 비록 서방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그래도 우리 한국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가 제대로 뿌리를 내렸던 시대가 아니었을까요? 당시 제 어린 시절 살던 동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대학생 형들과 누나들의 모습들, 그리고 심지어는 고등학교 형들과 누나들에게서 보고 느꼈던 그것, 그들이 풍기던 자유로움과 멋을 보고 느끼면서 그 끝도 모르고 근원도 모르게 부러웠던 날들을 회상하자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당시가 가장 뚜렷했던 때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엔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이들이 낭만은커녕 romance는 아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감성이 메말라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당시 노래들을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좋아합니다. 그중 한 곡이 "한 사람"이라는 노래로, 가수 양희은 님이 불렀었지요. 70년대 후반 나온 노래로, 그 가사는 참 아름답다 못해 고결합니다:


한 사람 여기 또 그 곁에

둘이 서로 바라보며 웃네


먼 훗날 위해 내미는 손

둘이 서로 마주 잡고 웃네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둘이 좋아해


긴 세월 지나 마주 앉아

지난 일들 얘기하며 웃네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둘이 좋아해


한 사람 여기 또 그 곁에

둘이 서로 바라보며 웃네

둘이 서로 바라보며 웃네


오랜 숙고 후에 조심스레 내민 손, 그리고 그 손을 잡아준 그 상대 - 그리고 수년이 지나 변하지 않고 그 예전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건네는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 쓰지 않고, 그리고 이 짧은 가삿말 속에서 사랑의 고귀함과 결혼의 숭고함을 이렇게 잘 표현한 노래는 아마도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이후에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살다가 간간히 느끼는 마음속 아픔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들 중 한 순간이 이 낭만적인 70년대를 20대의 나이로 살지 못했다는 점이 제게는 참 아련하게 아픈 '상처(?)'입니다. 그만큼 지금의 세상이 저급하다 못해 사악하다는 반증이 되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dN9CwuJXCGE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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