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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8. 2022

1980년대 뉴욕: 겨울 어느 날 #4


7번 train에서 N train으로 환승하는 시간차가 단 십여 초 정도인 때가 자주 있다. 7번 train 이 platform에 천천히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그때 건너편에 이미 도착해 있던 N train의 문을 platform 관리자들이 N train의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객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종종걸음으로 platform을 가로질러 가면 대부분의 경우 platform 관리자들이 다시 N train의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해서 7번 train 승객들이 그리 서두르지 않고 환승을 하게 해 준다. 그렇게 못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도착해 있는 N train 이 너무 오래 정차해 있는 경우가 그렇다. 다행히 오늘은 타이밍이 좋아서 여유롭게 N train으로 환승할 수 있었다.



천천히 Queensborough Plaza Station을 빠져나온 기차는 The 59th Bridge의 Manhattan bound 램프의 오른쪽으로 나 있는 철로를 향해 조금씩 속도를 내어 달린다. 곧이어 내리막길로 달리는 기차는 저 앞 어두운 터널 입구를 향해 달린다. 기차의 맨 앞에서 이 어두운 터널 입구를 바라보고 있자니 최근 나온 영화 Ghostbuster 2에서 나온,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철로와 지하철 역들이 맨해튼 깊이 여기저기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을 Holly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지금의 선로와 역들은 예전의 그것들 위에 지어진 것이고, 그렇기에 특별히 해체할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도.



Holly와 며칠 전에 지하실 창고를 정리하던 기억이 살며시 떠올랐다. 늦은 저녁시간, 나를 창고의 한 벽으로 손을 잡으면서까지 이끌어간 그녀. 그날 밤 맡았던 그곳의 냄새는... 뭐랄까... 바삭바삭하게 습기가 많이 제거된 종이의 기분 좋은 향기라고 해야 가장 적절할 듯하다. 벽은 나무 재질로 되어 있었고, Holly 가 나를 이끈 벽 또한 옅은 oak 색의 나무판들로 되어 있기에, 나무의 독특한 향과 특수 처리한 약품의 깔끔한 냄새, 그리고 여러 종이들의 향이 더해져서 아주 exotic 한 aroma 가 콧속 가득히 채워지는 그런 느낌 - 며칠 지난 일임에도 지금처럼 그 향이 다시 내 콧속에 스며드는 듯하다. 그녀가 그다음에 내게 해 준 말들까지도:


"Now, place your right ear on the surface of the wall." (자, 귀를 벽에 대고 서 봐봐)

"Alright. I got it." (네, 알았어요)

"Now, and when I say 'closer', place your ear and your hands really tight and close to the wall. OK?" (자, 그리고 내가 가까이라고 하면 귀와 손을 벽에 가까이 붙여봐 봐.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린 후 약간은 엉성한 자세로, 오른쪽 귀는 벽에 가까이하고 두 손은 벽에 어느 정도 가까이 대고 서 있었고. 그녀 또한 거의 같은 자세로 서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잠시 후 지하철이 가까이 다가오는 듯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Now, try - put your ear and your hands really tight and close to the wall." (자, 귀와 손을 아주 가까이 벽에 대)


잠시 후 지하철의 소리와 진동이 강하게 벽에 전달되어 왔다. 객차의 바퀴들이 선로를 지나는 소리가 일정한 패턴을 가지며 소리와 진동으로 전달되었는데, 그저 다른 지하철 소리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러한 소리와 진동이 마치 어느 다른 공간을 통해 전달되어 확장되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 마치 메아리같이, 전철이 지나가는 터널과 Holly와 제가 있던 그 지하실 사이 어딘가에 또 다른 빈 공간이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같은 자세로 같은 소리와 진동을 느끼며 이런 내 모습을 마주 보던 Holly 가 아마도 제 표정을 읽었는지, 이렇게 물었다:


"I think you know exactly what I felt from the sound and vibration. I can see it in your face." (얼굴 표정을 보니 내가 느낀 걸 너도 느낀 거 같다. 맞지?)

"I suppose so. So, what's out there?" (그런 거 같아요. 근데 뭐여요?)

"What do you mean?" (무슨 말이니?)

"Sounds like there is an echo passing through right between the subway tunnel and this place." (지하철하고 여기하고 사이에 메아리가 느껴지는 듯해요)


그날 밤 Holly는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지금의 지하철 시스템이 사용되기 전에, 도시계획의 실수로 인해 잘못 건설된 터널이 맨해튼 여러 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고, 59가 지하철역에서도 이 비밀의 터널에 들어갈 수 있는 문들이 몇 개 있는데, 도시에서 관리는 계속하고 있지만 객차가 지나갈 수는 없는 구조라는 신비롭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6번 지하철을 타고 59가에서 80가 전철역까지 가는 터널길을 자세히 보면 이 비밀의 터널을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신비로운 맨해튼이었지만, 이 이야기로 인해 더 이 도시에 매료되게 되었다. 지금 타고 있는 N train까지 왠지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N train 은 같은 인터벌로 희뿌연 형광등들이 줄지어 켜져 있는 터널을 통해 The East River 아래를 지나 맨해튼에 들어섰다. 기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loudspeaker 에서는 모노톤의 목소리로 기관사가 "Next stop, Lexington and 59th Street Station"이라고 안내를 한다. Lex 59th Street Station. 내가 내려야 할 정차역이다.



- 계속 (December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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