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오후 6시, 정원과 주차장, 그리고 집 앞길에 10cm 이상 쌓여버린 눈을 치우기 위해 눈삽을 들고 문을 나섰습니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정원에 쌓인 눈은 참 깨끗하게 보이더군요. 삶에 쇠퇴하고 세상에 오염된 시각으로 봐도 아름답고 순순해 보였습니다.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삶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집 앞의 길에 쌓인 눈도 이웃이라는 이름의 남들을 위해 치워주어야 했지요.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하고 있자니 John Watson 의 Beautiful Snow 라는 시가 떠오르더군요:
하늘에서 내리는 참으로 순수한 눈송이들
하지만 곧 지나가는 군중들에 의해
진흙과 함께 섞이고 수많은 발에 짖밟혀져서
결국 거리의 끔찍한 쓰레기들과 섞여버리네
나 또한 전에는 눈처럼 순수했었으나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눈송이일 뿐
거리의 쓰레기들과 함께 짖밟히고
사람들이 조롱하고, 침을 뱉고, 구타할 뿐
애걸하고, 저주하며 죽기를 소원하네
누가 내 영혼을 사 준다면 팔겠고
빵 하나를 위해 부끄러운 거래도 마다않겠어
사는 것을 경멸하지만 죽기 또한 두려운 나
자비로운 신이시여!
제가 정녕 이 나락으로 떨어졌나이까?
예전엔 나도 이 아름다운 눈과 같았음을
임의대로 번역을 해 보았습니다. 원어로 된 시 전체를 아래 올려봅니다. 흰 눈이 쌓이고, 치워지고, 그리고 결국 더러워지는 순서가 이 세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운명과 같다는 생각이라 그다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저녁입니다. 물론 눈을 치우느라 1시간 정도 고생한 뒤의 육체적인 후유증도 이런 우울한 생각에 기여를 했겠지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