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오래전 헤어졌던 그 사람과 우연히 커피숍에서 마주쳤습니다. 기억에서 온전히 지워지지는 않았고 간간이 떠오르던 그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후였지요. 익숙한 뒷모습에 행여 그 사람일까? 하며 설렘과 불안함이 동시에 마음을 짓누릅니다. 잠시 후 카운터에서 돌아선 그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지요. 놀란 마음을 내색하지 않으며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먼저 건넵니다. 그 사람도 사뭇 놀란 얼굴로 인사를 받습니다. 나같이 불안함과 설렘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도 있는 듯합니다. 그 사람이나 나나 동행도 없었기에,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에 "잠깐이면 괜찮겠어요" 라며 동의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형식적인 인사치레를 두어 번 더 교환합니다. 커피 두 잔을 주문하여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커피숍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 사람과 나만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저 웅얼웅얼거리는, 두꺼운 솜덩이 속에서 나는 소리같이 들릴 뿐, 온전히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 하나는 앞에 앉아있는 그 사람의 목소리뿐입니다.
예전 모습을 아직까지는 많이 가지고 있더군요. 세월의 흔적은 보이긴 합니다만, 간간이 보이는 미소 속에서, 그리고 약간 긴장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전의 모습과 비교하면 전혀 바뀌지 않은, 바로 그때 그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치 수년 전 그때로 돌아가서 마주 보던 시간 속에서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레 시작한 대화, 그리고 어느덧 추억 속으로 파고들어 간 나머지 그 예전처럼 행복하게 웃기도 하며 나눈 대화 - 하지만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연결고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약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예전 추억을 조금씩 뒤편으로 밀어냅니다. 자리에 더 오래 앉아있으면 못난 미련으로 보일까 봐, 또는 주제넘은 배려로 보일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그리고 급격히 식어만 가고, 이렇게 다시 만난 재회의 순간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을 바라보게 되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버립니다.
이별의 순간, 애써 기쁜 얼굴로 그 사람을 보내줍니다. 여러 말들을 한 듯한데, 그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이별의 인사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수년 전 이별을 고하며 돌아서서 가버린 그 사람의 뒷모습을 또다시 바라보며, 한 번이라도 돌아보지나 않을까? 하며 그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바라봅니다.
가수 남궁옥분 님의 "재회"를 매우 좋아합니다. 예전부터였지요 (80년대 후반부터). 만약 이 노래가사가 드라마의 soundtrack으로 쓰인다면 아마도 위와 같은 극본도 어울리지 않을까? 하며 써 보았습니다. 이별과 재회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 노래의 의미를 더 잘 아시겠지요?
잊었단 말인가 나를 타오르던 눈동자를
잊었단 말인가 그때 일을 아름다운 기억을
사랑을 하면서도 우린 만나지도 못하고
서로 헤어진 채로 우린 이렇게 살아왔건만
싸늘히 식은 찻잔 무표정한 그대 얼굴
보고파 지샌 밤이 나 얼마나 많았는데
헤어져야 하는가 다시 아픔은 접어둔 채로
떠나가야 하는가 다시 나만 홀로 남겨두고
아래는 1986년 version입니다. Live였지요 (그때는 거의 그랬었지요). 그다음 영상은 2007년 version입니다. 20여 년이 지났기에 남궁옥분 님의 목소리가 많이 갈라지지만 그래도 노래는 주인이 불러야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G89GQ-6QPvA
- January 20,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