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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by Rumi


선별된 한국 가곡들을 듣고 있으면 유럽 어느 나라의 유명한 opus 또는 opera 보다 못하지 않은, 아니 더 뛰어난 음과 가사를 가진 명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이수인 곡, 김재호 시의 "고향의 노래"도 그러한데요, 이 곡을 만든 작곡가 이수인 님이 2021년에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서라벌예술대 작곡과를 졸업하신 후 교편을 잡은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산성지여중과 마산제일여중고 교사) 이렇게 위대한 작곡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 어쩌면 이렇게도 한숨만 나오는지 - 거의 없더군요. 찾아낸 정보라고는 보잘것 없는데, 교편을 잡고 사셨다는 것과 꽤 많은 동요와 가곡을 만드셨다는 점이 눈에 띄더군요.



상상해 보세요. 마산의 어느 여자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창밖을 내다보며 틈틈히 곡을 쓰신 이수인 작곡가의 모습을. 물론 자택에서도 작곡을 하셨겠지만 주된 생활은 학교였으니 이 두 곳의 학교에 대한 관심이 가더군요. 해당 학교의 예전 사진은 찾을 수 없지만 지금 사진을 보더라도 시적인 감성을 돋우는 데 도움을 주지는 못할 주변환경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름다운 곡이 탄생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친구인 김재호 님이 보낸 싯구절에 음을 붙인 노래라지요? 고향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 사무침이 마음 깊은 곳을 찌르듯이 스며듭니다.


이 분의 손끝에서 "별" 이라는 가곡도 탄생했지요. 이 또한 masterpiece 입니다.



이 곡을 소프라노 홍혜란 님의 목소리로 올려드립니다. 사악한 세상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들 중 좋은 노래를 듣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지요. "별"이란 곡도 아래 올립니다. 윤선애 님의 목소리입니다. 드라마 soundtrack 으로 쓰였었지요.


국화꽃 져버린

겨울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아아 이제는 한적한

빈들에서 보라

고향길 눈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잔치 흥겨우리


아아아 이제는 손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별은 뉘별이며

내별 또 어느게요

잠자코 홀로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https://www.youtube.com/watch?v=muk2vQKsgug

- March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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