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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ine Line In Between

지나가는 생각들

by Rumi


2018년작 The Equalizer 2 에서 Robert McCall (덴젤 와싱턴) 과 Dave York (페드로 파스칼) 간의 대화가 있습니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에 거리낌이 없는 Dave 의 변질된 도덕성에 대해 Robert 이 추궁하자, 이에 답하는 Dave 의 대사이지요:


맥, 이제는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란 건 없어요.

적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재수없게

당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선과 악의 뚜렷한 구별 없이는

"재수없이 당하는 사람들"

많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렇듯이 말이지요.


기본적인 도덕과 관습이 쉽게 무시되고 어겨지며, 학교에서도 더 이상 가르침이 없으며, 종교적인 가르침조차 종교인들의 '무능'으로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법조차 허술해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만 생기는 지금, 과연 지금이 예전보다 좋다고 할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그 사회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제동장치가 작동하여야 하지요. 저는 이것을 크게 네 단계의 제동장치로 보는데, 그 중 첫 장치는 온전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받은 교육이 있겠고, 그 다음으로는 행여나 가지고 있다면 종교라는 도구, 그것이 안 되면 양심이라는 장치가 작동해야 하며, 이것조차 작동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라는 최종 도구가 작동하거나 적용된다는 생각입니다. 존중, 이해, 사랑, 배려, 아낌, 평등 등은 이 네 단계의 틀 사이에서 작용을 할 뿐, 영향력은 크지 않은 부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 종교, 양심, 그리고 법이 없는 사회에서는 존중, 이해, 사랑, 배려, 아낌, 평등을 아무리 내세워도 헛수고일 뿐인데, 지금의 세상은 이것이 뒤바뀐 꼴이지요.


흑백 논리가 가장 올바른 구조라는 생각입니다. '먹고 사느라 범행을 저질렀다' '장애아를 키울 여지가 없어 땅에 묻었다' 는 등의 이유로, 즉, 존중, 이해, 사랑, 배려, 아낌, 평등 등에 어필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사회는 병든 사회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소수니까 (여기서 소수의 의미는 약자가 아닙니다. 소수라고 약자가 되는 사회는 이미 문제가 있는 사회지요) 내 권리를 찾아야해' 라는 따위의 언행도 극도의 이기주의적인 발상에 근본을 두겠지요. 소수이길 선택했으니, 그만큼은 감당해야 할 일이지, 다수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치듯 "내꺼내놔!!!" 하며 망동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병든 사회겠지요.


냉전의 시대는 쉬웠습니다. 양극이었기에, 구별이 쉬웠지요. 하지만 지금은 구별이 어려운 잡스런 조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있습니다 - 단순하게 선과 악의 관점으로 보면 이렇게도 혼란스러운 지금의 수많은 문제들의 상당수가 해결되겠지요. 잣대가 결코 될 수 없는 요소들 (즉, 존중, 이해, 사랑, 배려, 아낌, 평등 등) 을 가지고 현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니 어림없는 생각입니다.



Horror story 의 대가인 Stephen King 이 5월에 이런 언급을 했답니다: "I think that we're all mentally ill; those of us outside the asylums only hide it a little bit better (정신병원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 증상들을 조금 더 잘 숨길 뿐이지, 우리 모두는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Stephen King 은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를 각자의 카타르시스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광기와 타락을 보며, 그 과정에서 내면의 억압되거나 숨겨놓은 광기를 방출하게 되어, 결국 (일종의 대리만족으로) 정신을 차리게 해 주는 도구가 공포영화들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교육, 종교, 양심, 그리고 법의 존재가 없어졌거나 무력해진 지금, 그리고 존중, 이해, 사랑, 배려, 아낌, 평등 등의 부수적인 요소들로만 사회를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그저 공포영화나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July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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