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Glance of Music

An Ennio Morricone Documentary

by Rumi


2007년 부산영화제에 음악계 거장인 Ennio Morricone 이 그의 아내와 함께 초청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79세의 고령이었지요. 하지만 아마도 이 기회는 영광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되며, 오히려 그를 초청한 부산영화제의 큰 영광이었습니다. The Academy 에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 음악의 대가가, 그 외 여타 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큰 일로 여기지 않았을 듯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당시만 해도 미미한 이 이벤트의 초청을 기쁘게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부산에서 예상하지 못한 홀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 red carpet 을 밟고 식장에 들어가는 Morricone 부부를 알아보는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환호성조차 없었고 질문조차 없었으며, 카메라들이 대부분 그들을 향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우산으로 이 부부를 비로부터 막아주는 사람은 행사직원 한 명이었고, 이마저도 이 노부부의 뒤를 따라 도착한 한국의 유명인 - 대선출마자였던지 아니면 연예인이었건간에 - 를 안내하려고 허둥지둥 하는 바람에 적절한 의전은 커녕 이 행사 직원 한명은 Morricone 여사의 손을 잡아 빨리 식장으로 반강제로 이끌기까지 했다는군요. 이 호들갑과 허둥지둥의 결과 이 두 사람은 비를 맞으며 잠시 바깥에 방치되었다고도 합니다.



당시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있긴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참 어이가 없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PIFF 책임자가 한 말인데 이렇습니다 - "행사직원들과 기자들이 그의 외모를 잘 모르기에 일어난 일이다"라는 것이었지요. 2015년에 PIFF에 대해 나온 기사 하나를 읽었는데, 이 기사에서는 그저 단 하나의 해프닝이었고 사실과는 다르다며 당시 사건을 애써 축소하기도 했더군요.


Ennio Morricone 는 사실 당일 그 곳에서 이런 홀대를 받고도 별 다른 말이 었었고, 당일 측근에게 따로 말한 내용이 뉴스에 나왔다고 합니다:


"나도 영화인인데 정작 영화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노출이 심한 연예인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런 영화제는 이상하고 영화제답지 않은 영화제다."


행사에 온전히 참석하지 않고 일찍 자리를 뜬 Morricone 부부, 다음 날 이 부부는 한국을 바로 떠났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갔을지는 추측을 애써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방송사에서 간혹 진행하는 설문들 중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악' 또는 '한국이 선정한 top 영화음악' 등의 제목으로 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설문결과를 보면 Ennio Morricone 의 영화음악들이 상위권을 차지해 온 것이 벌써 십수년이지요. 영화 "The Mission," "Once Upon a Time in America," Sergio Leone 의 영화들, "The Untouchables," "Cinema Paradaiso,"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등에 그의 음악이 삽입되었으며, 그의 영향을 받은 음악가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Ennio_Morricone#Influence


간혹 한국에서 강의 또는 세미나를 할 때 쉬는 시간이나 피로가 몰리는 오후시간에 음악이나 영화를 잠깐 보여주기도 합니다. 매 번 그렇지는 않지요. 세미나 또는 강의 참석자들은 대체로 30대부터 50대 중반까지의 직장인들입니다. 영화를 남다르게 좋아하는 저인지라 여러 영화들을 보여주며, 그 중 Morricone 의 음악이 담긴 영화들 또한 보여주곤 했습니다.


이렇게 해 온지가 15년이 넘어가고,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Morricone 의 음악,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아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는데 (아마도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1000명도 넘을 듯 합니다), 놀랍게도 1/4 정도만 제가 들려준 (그의) 음악을 들어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노래들을 만든 사람 (즉, Morricone) 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전체의 1/5 도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국외 음악가라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살아가는 걸까? 음악은 듣고 살아가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쪽 분야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광고 또는 TV 프로그램에 삽입된 그의 음악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 분의 이름 또는 음악을 전혀 접하지 못했다면 감히 확언하건대 그 사람은 문화적으로 무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난하다는 생각입니다.



2021년에 20세기 최고의 작곡가이자 음악가 그리고 연주자였던 이 분을 기억하기 위한 documentary 가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musical career, 특히 영화음악계에서의 그의 업적을 연대기적 방식으로 돌아보는 영상이 그의 음악이 삽입되었던 많은 영화들에서 그와 깊은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세상에 내어놓은 아름다운 음악들을 소개한 기록물이지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며, 아마도 앞으로도 십수년동안은 영화계와 음악계에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documentary 중 3개의 clip 을 올려봅니다. 첫 영상은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에 대한 설명이 담긴 것이고, 두번째 영상은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의 영상,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The Mission" 에 삽입된 Gabriel's Oboe 와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에 대한 설명을 담은 영상입니다.



1. Love Theme from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2. Deborah's Theme from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3. Gabriel's Oboe & On Earth As It Is Heaven from "The Mission (1986)"


미국영화는 2015년쯤 그 역사의 맥이 끊어진 듯 합니다. The Academy 의 '인종편견 없이 판단하겠다는' 정책이 낳은 괴상한 판단기준과 더불어 Marvel series 와 superheroes 의 등장, 그리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들에 더해 하찮은 soundtrack 까지 더해진 지금의 미국 영화계지요.


- July 28, 2023

keyword
작가의 이전글Life is a Par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