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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30. 2023

12월 31일 자정에 일어나는 일

지나가는 생각들



매년 12월 31일 저녁이 되고 자정이 가까워지면 거의 모든 종교기관에서는 송구영신미사, 송구영신예배, 또는 구영신법회란 이름 하에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며 기도를 드리는 행사를 합니다. 저 또한 10년전까지는 이런 행위에 참석을 했었지요. 이런 이벤트를 마치고 난 후에는 아주 중요한 숙제를 마친 듯 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자정 12시가 되기 전까지는 여러가지 순서를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신심을 가다듬으며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거나 회개할 것은 회개하는 시간 또는 고해하는 시간들을 가집니다. 그리고 자정 12시가 되면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에 의해 기도의 행위가 시작되지요. 마치 1등이 되어야 각자가 섬기는 신으로부터 더 많은 소원의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들을 하는지, 새해 00시 01분부터 시작되는 모든 종교단체들로부터 뿜어나오는 열기는 추운 겨울의 냉기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입니다.


종교의 장소에서도

인간적인 경쟁의 냄새가 풍겨납니다.

신은 그저 뭘 해달라고 보채는 대상일 뿐.


욕심이지요. 인간들이 어떤 이익을 위해 만든 행사에 그저 맹목적으로 따라합니다. 리더쉽을 따라함에 익숙한 동북아인들이라 그런지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샤머니즘에 뼛속까지 익숙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기도 하겠지요. 어느 CIA 의 문서에는 동북아시아의 주요 국가들, 즉, 중국, 일본과 한국의 경우 수세기 동안 의심 없이 권위에 복종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기술한 문서를 읽기도 했는데, 비뚤어진 리더쉽과 맹목적인 집단성향이 낳은 것들 중 하나가 송구영신 이벤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행위를 한다고 해서 신께서 "착한 신도야, 내가 네 소원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더 이루어주겠다" 라고 할까요? 대입고사날 나름대로의 종교시설에서 몇십일 기도회를 하는 것처럼 "내 자식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해 주세요 (즉, 내 자식이 다른 애들을 이기게 해 주세요") 라고 하는 가식적인 마음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요?


각자가 섬기는 신을

피곤하게는 하지 맙시다.


그 신이 진짜라면 말이지요.


돌아보면 이 행위를 하지 않아도 (그리고 참석한 후에도) 제 삶에는 변함이 없었고, 이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삶도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지, 새해 첫 날 첫 시간에 기도를 드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 행위는 현실과 미신의 차이이지, 믿음이나 마음가짐과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1월 1일 0시에 자신이 믿는 존재를 향해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자신들을 위한 욕심과 과욕의 동물적인 행위일 뿐, 그 어느 종교의 divine being 도 이에 대해 인간들에게 내린 명령은 없었지요. 이런 무지한 인간들의 무속적인 심리상태를 어쩌면 이용하여 해가 바뀌는 그 날에도 종교적인 권위와 권력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가는 종교인들이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1994년작 Forrest Gump 를 12월 31일 저녁 10시 38분 57초부터 시청하기 시작하면 정확히 1월 1일 0시 0분에 Dan 중위와 Gump 와 함께 happy new year 를 외칠 수 있습니다. 12월 31일 자정의 무속행위에 참석하는 것보다 이 영화를 보는 편이 좋겠지요. 단, 한국에서는 유선방송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이 수치와 맞지 않음이, 멀쩡한 영화를 3부까지 찢어서 중간에 광고들을 삽입하기에 불가능합니다.


- December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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