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이음"이란 철도라인이 있다는 것을 지난주 목요일에 알게 되었습니다. 판교와 충주시를 잇는 라인이라더군요. 그 중간 충주시 근처에 위치한 이 역은 하루에 8번인가 기차가 정차하는, 아주 한가한 기차역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한적하고 소박한 rail에 대한 끌림을 오래간만에 충족시켜 준 경험이었지요.
지난주 초, 직원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멀고 먼 충청북도에 있는 어느 회사에 강의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정도 멀리에 위치한 회사에만 강의를 가는 것이 원칙인데, 이메일로 상담을 한 직원이 이 회사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강의가 가능하다고 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2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곳이더군요. 하지만 약속을 하였으니, 그리고 다른 컨설턴트들은 가기 어렵다고 하기에, 대표인 제가 가는 방법만이 유일한 답이더군요.
이 회사,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간에 언어폭력과 차별이 자주 발생한다는 회사로, 무기명으로 신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위반자'를 찾지는 못했다는 담당자의 말이 있었고, 심증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지명은 할 수 없기에 이런 과정을 통해서라도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제목과 내용을 포함한 강의를 2시간 진행하고 왔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한 나머지 회사 주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찾게 된 곳이 앙성온천역이었지요.
대략 30여 명의 생산직 직원들이 시간이 되자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 30대에서 40대 연령대의 남자 직원들로, 어느 회사나 생산직 직원들로부터 느끼는 그런 첫인상도 여기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사를 해도 눈빛을 피하고, 굳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성향의 직원들이었지요. 놀랍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았음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에 내재된 것은 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듯합니다.
강의 시작부터 확실하게 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꼭 대상자들에게 알려주는 내용이지요:
1. 언어폭력은 고치기 힘들다.
2. 회사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
3. 피해자의 능동적인 의사가 필수다.
4.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을 무시하지 못한다.
5. 현재 환경들 (경제 등) 도 영향을 준다.
6. 가해자도 저급한 사회문화의 피해자일 수 있다.
7. 어떤 계기로 인해 언어폭력이 줄 수도 있다.
8. 정신적 치료, 종교적 순화도 도움이 된다.
9. 개선할 능력이 안되면 말을 줄이라.
성인들이, 그것도 아내와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하루 8시간 이상을 지내는 직장에서 (제2의 집에서) 동료에게 언어폭력을 가한다는 일 - 나이가 많다고, 직위가 조금 더 높다고, 근무한 지가 더 오래된다고, 또는 가해자들의 말대로 업무능력이 모자란 직원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은 자기들이라 해도 -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가하면 그 피해자의 가족도 영향을 받게 되고, 또 이 피해자가 삶의 다른 부분에서 접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또 어떤 나쁜 영향을 주게 될지 모른다는 것 또한 강의내용에 넣었습니다. 우리는 다 어찌 보면 이 자본주의와 서구문화의 피해자들이라는 말까지 던지기도 했지요.
"우리 모두가 어찌 보면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서로 안아주시고 참아주세요."
라는 말로 강의를 끝냈습니다.
앙성온천역을 한 번 더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은 한국의 전형적인 시골풍경으로 인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다시 경험하기 시작한 서울과 그 주변의 삶의 모습들은 열린마음과 배려는 찾기가 어렵더군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마음이 쓰립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단기간 효과일 뿐이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