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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11. 2024

그녀를 만나는 곳 100m전

내가 좋아하는 노래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4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또는 "너가 곁에 있어도 나는 너가 그리워" 란 표현보다도 순간적 강렬함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가 아마도 이 노래제목처럼 '그 사람을 만나기 전 100m전'이 아닐까요? 사실 이런 ecstacy 도 첫사랑을 할 때에 그 정도가 매우 강하고, 그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랑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처음 느꼈던 그것보다는 그 순도가 그 전보다 더 옅어지는 것 또한 사실일 듯 합니다.


제 경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공식적인 첫사랑'은 18살 때였고, 그 사람을 처음으로 제 차에 태우고 학교에 가기 위해 그 애가 살고있던 집으로 운전을 하며 가던 길로 기억되지요. 5월의 푸르른 나무가 길 양쪽으로 무성하게 드리워진 길이었고, 그 길을 약속시간에 꼭 맞추어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하기 위해 차의 속도를 조절하며 갔던 그 Bayside Avenue 의 추억이 지금도 뚜렷하긴 합니다.



가수 이상우, 유리안경을 끼고 나타난 가수지요. 사실 vocal 도 일반인 같았던 그의 노래들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그의 평범함에 더해 작사/작곡가인 노영심씨의 가식없는 솔직한 노랫말이 듣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저기 보이는 노란찻집 오늘은 그녀 세번째 만나는 날 /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가슴이 떨려오네 / 새로 산 구두가 어색해 자꾸 쇼윈도에 날 비춰봐도 / 멀쓱한 내 모습이 더 못마땅한 그녀를 만나는 곳 100m전 /  장미꽃 한송이를 안겨줄까 무슨말을 어떻게 할까 / 머리속에 가득한 그녀 모습이 조금씩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 올라볼까 /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용기를 내야지


80년대의 연애와 사랑은 다른 세대의 사랑과는 달랐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이성간의 감정은  노랫말처럼 처음에는 platonic 한 감정이었지만 점차 erotic 한 것으로 되어가는 것이 인간 감정의 순서겠고,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육체적인 결합이 이루어지는... 사실 연애초기의 그 순수했던 감정을 생각해보면 차후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는 사랑의 순서겠지요. 즉 from emotional to physical relationship 으로의 변화. 이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심지어는 동물적인 그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또는 짝사랑이 십수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80년대 노래들은 이런 마음들을  잘 담아내었습니다.


스치듯 지나는 그녀의 향기, 고작 손끝으로 살짝 느꼈던 그녀의 손, 차마 마주치지 못한 그녀의 눈길 - 그게 전부였지만 행복했었지요.


"순수함"


고결하지요. 순수했던 사랑은 자랑스럽습니다. 나라는 사람도 고결할 수 있다는 흔적을 첫사랑의 기억속에서 아마도 찾을 수 있겠지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 이런 깨끗함을 이 노래에서 아주 잘 느끼게 됩니다. 70년대 사월과 오월이 부른 "장미"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속 왕자가 부럽지 않을" 그런 마음을 그 누구라도 품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젊은 날들의 한 장면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mETSLNQr3uw




-  July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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