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지난 20일간 들었던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를 오늘 오전 일찍, 그리고 올해 처음 경험했습니다. 묘하게 제가 다니는 길과 사는 곳을 피해 다니는 듯했던 그 비였지요. 운전을 하던 중이었는데, wiper를 최고레벨로 돌려도 20m 앞도 애매하게 보이게 한, 그런 비였습니다. New York에서는 이런 류의 강한 비를 경험했었고, Hurricane 도 한 번 경험했지만, 오늘은 아마도 꽤 오래간만이었는지 긴장하게 되더군요. 한국은 가로등이 없는 도로가 너무 많고, 이 도로도 그랬기에 시야확보가 아주 어려웠었습니다.
그래도 앞에, 대략 100m 앞에 달리고 있던 두 대의 차량이 있었습니다. Hazard lamps를 켜고, 저속운행을 하고 있더군요. 도로에 강하게 내려친 후 안개처럼 산산이 부서진 물방울들과, 여전히 시야를 막고 내리는 강한 빗속에서 저 두 대의 차에서 깜박이는 lamp 덕분에, 마음이 적지 않게 불안한 가운데서도 최소한의 안도감을 가지며 5km 정도를 더 운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hazard lamps를 켜고, 뒤차들의 운행에 도움이 되도록 했음은 물론이지요. 이후에는 비가 잦아들어 평상시처럼 다시 운전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앞에 가던 두 대의 차도 마치 영화 속 영웅들처럼 "내가 할 일은 다 했소"라고 말하듯, 그들이 가는 길로 사라졌습니다.
"A guiding light
that appears out of nowhere"
종교적이거나 정신적인 그것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빛은 이렇게 일상에서도 우연히 접하게 되지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세상에 속한 이상, 이런 우연도 있어야겠지요. 앞에 가던 주 차량, 교통법은 아니지만 자동차 운행에 있어 상식인 행위였을 뿐인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그런 우연 - 아직도 작은 일에도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guiding light를 찾는 시도들이 참 절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 학자 등 그리고 심지어는 연예인들까지 - 그저 우리와 다를 것이라고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이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자들 (기업인들의 경우), 기만과 술수에 능하며 (정치인들), 얕은 종교지식에 철학을 더한 최면술사들 (종교인), 배운것만 조금 각색해서 다시 되뇌이는 학자들, 그리고 아마도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인기를 마치 당연한 듯 누리며 TV와 광고판을 장식하고 있는 가수류와 연예인류들 - 세상은 너무나 간절해서 이런 자들이 guiding light 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오래되었지요.
희미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밝게 해 주는 작은 빛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