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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05. 2024

Daddio (2023)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영화 전체가 두 사람만의 대화로 채워지는 작품은 소수지만 존재합니다. 1981년작 My Dinner with Andre  (André Gregory and Wallace Shawn)가 그랬고, 2000년작 Chinese Coffee (Al Pacino and Jerry Orbach) 도 있었으며, 그리고 2011년작 The Sunset Limited (Tommy Lee Jones and Samuel L Jackson)가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Box office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의 작품성에 있어서인데, 두 가지 요소, 즉 (1) 완벽한 screenplay와 (2) 완벽에 가까운 배우들, 이 두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실패작이 되는 것은 정말 쉬울 듯합니다. 여기에 더해 2시간 정도에 가까운 영화가 단 한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이 두 요소가 성공적이더라도 '지루함'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심리적 불만족을 채워주지 못하면 영화는 또 실패하게 되지요. 위 세 작품은 작품성으로는 뛰어났습니다. 여기에 더하자면 My Dinner with Andre는 box office에서도 성공했지만, Al Pacino 가 감독을 했던 Chinese Coffee는 box office에서는 실패했고, The Sunset Limited는 HBO movie 라 모를 일이지만 screen에 나왔다면 ticket 은 많이 팔지 못했을 듯하군요.


2023년작 Daddio는 작품과 동일한 구성입니다. 배우, 장소. Box office 도 1 mil 도 못했지요. 하지만 위 세 작품과 같이, 의미를 기꺼이 줄 수 있는, 아니, 의미를 주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JFK 공항에서 Manhattan Midtown까지의 taxi ride를 통해 운전기사와 승객이 나누는 대사로 구성된 이 영화는, taxi라는 공간적 소재라 그런지 1976년작 De Niro의 Taxi Driver 가 생각이 나더군요. 특히 room mirror를 통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장면은 마치 Cybill Shepherd와 Robert De Niro 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누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기도 합니다.



2023년작 Daddio는 Dakota Johnson과 Sean Penn 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1976년작 Taxi Driver와 같이 gore 한 영화가 아닌, life drama 지요. Sean Penn을 보고 봤던 영화지만 Dakota Johnson의 연기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Sean Penn 이 끌고 간 영화라고 봐야 하겠지요.






감독은 Christy Hall라는 신인감독이 했는데, 꽤 잘 한 듯합니다. 작가 겸 감독인 크리스티 홀의 처녀작인 이 영화의 전제는 간단합니다: 한 여성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지요. 이는 Daddio의 러닝타임 동안 일어나는 일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지만, 이 두 캐릭터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는 못합니다. 영화 전체가 차 안에서 벌어지는 드문드문한 설정은 덜 정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일부 시청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캐릭터 연구로서 Daddio는 모든 적절한 박자를 맞추고 있습니다.



Girlie (Dakota Johnson)라는 이름만 알려진 이 여성은 JFK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midtown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 몸을 싣습니다. 표정을 볼 때 그녀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요. 그녀의 시선은 계속 휴대폰으로 향하고, 간간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데 'L'이라고만 알려진 사람이 보낸 점점 더 성적으로 도발적인 문자를 볼 수 있습니다. 택시운전기사이자 해박하고 솔직한 Clark (Sean Penn)이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고, 그녀는 무시하는 대답으로 그를 밀어내는 대신 함께 그의 대화시도에 가볍게 응대함으로 둘의 대화는 시작됩니다. 저도 New Yorker의 입장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긴 택시 여행에 익숙한 편입니다. 조용히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물과 밝은 불빛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여행을 선호하는 경우라, 운전기사와의 대화는 거의 없지요. 간혹 대화시도를 하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저의 close-ended 답변으로 그들의 시도는 허무하게 그리고 조금은 민망하게 끝이 났지요.



때때로 조금은 사적인 영역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이 두 사람은 사람들이 휴대폰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순한 수준에서 시작하여 훨씬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발전해 나갑니다. 이 taxi riding 이 끝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아마도 안도감을 얻었을지 모를 이 두 사람은 Clark 이 결혼한 적이 두 번 있고, Girlie의 미스터리한 'L'이 사실은 결혼한 애인이라는 사실 등 서로에 대해 조금씩 드러내는데, 그 어떤 주제도 대화의 소재로 제한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서로에 대해 조금씩 드러내게 됩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이런 영화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데, Johnson과 Penn 은 스크린에서 흥미로운 한 쌍을 이룹니다. 두 배우는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은 몸짓과 눈빛으로 캐릭터를 전달해야 합니다. Girlie는 삶이 그녀에게 던진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으며, 'L'이 보낸 문자를 보고 한숨을 쉬거나 Clark의 질문에 형식적 또는 의미 있는 미소를 짓는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드러냅니다. Penn은 연기에서 놀라운 따뜻함과 달콤함을 발산하며 자칫 소름 끼칠 수 있는 캐릭터 (Taxi Driver의 De Niro처럼)에 아주 인간적인 결들을 더하지요.



영화 중간쯤에 Girlie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딸에게 그 어떤 애정 어린 손길을 준 적이 없다는 그녀의 아버지 - 자신을 안아 준 적도 없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도 없는, 그런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한 번은 그녀의 생각엔 아버지가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준 기억이 있다고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아닐 거라고, 그녀의 상상 속 이야기일 거라고 하지요. 아버지가 딸을 깊이 아끼고 사랑했지만 어린 딸은 hugging 도 patting 도 없던 아버지에 대한 어떤 무엇인가가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도착지에 다다른 후 Girlie는 Clark 이 내민 handshake 대신, 그의 뺨을 어루만져 줍니다. 진정함 affection을 후회 없이 표현한 것이겠지요.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이 장면은 2005년작 The Interpreter의 마지막 장면 (with Nicole Kidman), 그러니까 Tobin 이 Silvia의 손을 잠시 잡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감정을 통제하며 최대한의 affection을 보인 명장면이었지요.



Sean Penn이라는 배우, 예전 Madonna와 결혼/이혼을 한 이력과 더불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이긴 합니다. 여기에 더해 liberal 한 정치적 관점 또한 매우 거스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사람의 연기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해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신격모독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로 일단은 그의 영화는 보기가 좋긴 합니다. Dakota Johnson의 경우 50가지의 shade 만 아니었어도 그녀의 부모님까지 들먹일 이유가 없었겠지만 2019년작 The Peanut Butter Falcon 이후에는 거슬림 없이 이 배우의 영화가 눈에 들어오긴 합니다. 


이 영화, 2시간여의 taxi ride 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그런 영화로 기억되겠군요.




- August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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